<글로벌 카페>시대 앞서가는 韓 ‘촛불’ 통치자는 과거로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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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은 연말을 맞아 올해의 사진 100점을 골라서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여기에는 미국 대선과 시리아 내전, 프랑스 테러, 소두증 등 올해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던 대표적인 사건·사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들이 포함됐다.

100개의 사진 중에서 로이터 통신이 가장 첫머리에 올려놓은 것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 경찰청 앞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무장경찰 2명에게 체포되는 한 흑인 여성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올해 미국에서는 경찰 총격에 흑인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흑인들은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폭력적이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을 노린 저격 사건까지 발생했다. 배턴 루지에서도 지난 7월 흑인이 경찰 총에 사망한 사건이 터지자 흑인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무장경찰은 이들을 해산하면서 주동자들을 체포했다. 이 와중에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흑인 간호사 아이야 에번스(35)가 무장경찰에 연행되는 상황에도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폭력이 난무한 상황에서 평화롭고 우아함을 잃지 않은 에번스의 모습은 세계인의 시선을 끌었다.

비록 로이터 통신 ‘올해의 사진 100선’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촛불시위는 해외 언론들이 찬사를 보낼 정도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루탄과 물대포, 죽창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던 몇 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시위가 폭력으로 흐르지 않도록 시민 스스로 절제하고 통제하는 모습은 올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 수준은 해외에서 경탄할 정도로 올라섰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식 수준은 자신의 아버지 시대보다 더욱 후퇴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제가 시작된 뒤 비리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이처럼 대통령이 꼭두각시처럼 측근 뜻대로 움직이면서 국정을 결정한 때는 없었다. 지금과 같은 사례를 가장 최근 역사에서 찾아보려 해도 조선 말 세도정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탄핵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을 보면서 공자의 ‘지금 세상에 살면서 옛날로 돌아가려는 자는 재앙이 몸에 미친다’(生而今之世反古之道災及基身者也)는 말씀을 새삼 가슴속에 다시 한 번 새기게 된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