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 - 下>비용 아끼려 감사 품질은 뒷전…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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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논리’에 매몰된 회계감사

기업 ‘46.8%’ 감사보수 낮춰
감사인 변경으로 ‘低價 수임’
체계붕괴로 정상감사 불가능
회계정보 공공재로 접근해야

기업이 외부 감사인을 변경하는 이유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용 절감은 기업에 대한 감사 시간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감사 품질을 떨어뜨렸다. 이에 외부 감사를 통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감사 시간과 비용을 표준화하거나 최저 가격을 마련하는 등 법적 구속력을 가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회계법인을 변경한 기업 중 감사 보수를 직전 연도보다 낮춘 비중은 전체의 46.8%다. 또 감사 보수가 이전과 같은 기업 비율도 17.0%다. 기업이 감사인을 변경하면서 비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낮춘 비중이 전체 63.8%에 이른다는 얘기다.

대개 감사인을 변경하면 새로운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이유 등으로 감사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감사인 변경은 비용 증가를 불러오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감사인 변경 기업 절반 가까이 감사 보수를 깎았다. 회계법인을 갈아탄 목적이 품질보다는 비용 절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기업의 감사인 변경 시 저가 수임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감사 투입 시간이 줄었다.

회계업계는 이미 정상적인 감사를 수행할 수 없을 만큼 감사 보수 체계가 무너졌다고 토로한다.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대표는 “지나친 경쟁으로 감사 보수가 적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제대로 된 감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과 인력을 투입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 일부 회계법인이 기업의 부실을 눈감아주고 이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떠안는 대가로 ‘적정의견’ 도장을 찍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은 최저 감사보수 가격이 찍힌 제안서를 회계법인에 들고 다니며 ‘이 가격보다 낮춰서 입찰하면 계약을 하겠다’며 가격 흥정에만 몰두한다. 감사 품질은 뒷전이다.

전문가들은 회계정보가 투자자와 잠재적인 투자자, 국가의 자원 배분 등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만큼 이를 공공재로 보고, 감사 보수 체계를 ‘시장논리’에만 맡겨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회계정보는 법인세와 부가세 등 세금부과에 필요한 원천자료로도 활용된다.

김광윤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최저 시간과 최저 보수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장 논리에만 매몰되면, 그 폐해는 결국 모든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