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일상의 행복이 어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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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요즘 유럽에서는 휘게 라이프(HYGGE LIFE)라는 생활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휘게는 힐링 정도로 번역되는 덴마크어로, 휘게 라이프는 덴마크식 슬로 라이프를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대단하지 않은 작은 일을 함께 하며 즐거움, 감사, 충만감을 느끼는 일상의 생활 방식이다. 얼마 전 자신의 책 ‘휘게 라이프’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을 때 만난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은 “덴마크가 여러 행복도 조사에서 항상 1, 2위를 차지하는 것은 휘게 라이프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사회보장, 정치 투명도, 사회적 신뢰같이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의 수준이 높지만 덴마크인들이 유독 더 행복한 것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릴 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겨울밤 촛불을 켜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라고 조언했다. 참고로 정치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행복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쉬운 일이라고 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 그 가치를 모르지 않지만 온갖 정치, 사회, 경제적 모순이 처참하게 드러난 막장 드라마 같은 한국사회에서 이 쉬운 일상의 행복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몇 년간 심리학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인기를 얻은 것도 이 같은 낮은 사회적 안정도와 높은 개인의 열망이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미움받을 용기’가 역대 최장기 베스트셀러 역사를 쓴 데 이어 올해도 한 정신과 전문의의 심리학책 ‘자존감 수업’이 자존감 열풍을 일으켰다. 삶의 중심인 자존감을 스스로 노력해 키울 수 있다는 책은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을 가르쳐주며 20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국가도, 사회도, 직장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나 스스로라도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감, 누구도 나를 돌봐주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필사적인 열망이 정말 아프게 드러난 현상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교보문고가 2017년 내년도 트렌드로 ‘심리학에서 도덕과 윤리로’를 꼽은 것은 흥미롭고도 의미심장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신경 쓸 필요 없이 자기 자신을 책임지며 스스로를 다독이던 개인의 시대를 지나 우리가 함께 새로운 윤리와 도덕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시민 윤리, 공정성, 도덕 등을 다룬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벌써 관련 책들이 한두 권씩 나오고 있다. 이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던 흩어진 개인들이 촛불 광장에 모여 공정한 사회를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사회 전체가 민주주의 수업을 받고 있는 현실의 결과일 것이다. 한국사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이제 새 출발선에 섰다. 어렵게 만들어낸 이 기회에 해묵은 사회 전반의 적폐를 철저하게 청산하고 공정하고 윤리적인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 시간 너머, 사람들이 더 이상 나라 걱정하지 않고 정치 이야기 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촛불을 켜고 사랑하는 이와 차 한잔 마시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그런 시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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