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공간>건축가 김중업은… 김수근과 쌍벽 ‘현대건축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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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상징조형물 ‘평화의 문’ 등 설계

건축가 김중업(사진)은 흔히 김수근(1931∼1986)과 많이 비교된다. 두 사람의 건축이념은 분명히 달랐다. 김중업은 그의 스승인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말년에 보여주었던 조형 의지에 집착한 반면, 김수근은 전통 건축의 사랑방이나 마당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주목했다. 그러나 모두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을 연 거장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건축가 김중업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1922년 평양에서 5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평양 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39년 요코하마(橫濱) 고등공업학교에서 건축을 배운다. 당시 일본에서는 드문 파리 유학파 출신의 나카무라 준페이(中村順平) 교수가 김중업의 스승이었다. 1941년 이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김중업은 1945년 광복 이후 월남해 서울에 터전을 마련한다. 김중업의 삶은 세계적인 건축 명장 르코르뷔지에를 만나면서 큰 전환점을 맞는다. 195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주최 제1회 세계예술가회의 한국 대표로 참가한 김중업은 그곳에서 르코르뷔지에를 만나게 돼 1952년부터 4년간 르코르뷔지에 건축연구소에 근무한다. 그리고 르코르뷔지에의 기능주의와 표현주의를 반영한 건축 이념을 완성해간다.

1956년 2월 귀국한 김중업은 한 달 만에 자신의 이름을 딴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건축 활동에 들어갔다. 40여 년간의 활동을 통해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삼일빌딩, 서강대 본관, 부산대 본관, 서울 동대문운동장역 부근에 있는 서산부인과, 유엔기념공원 정문, 올림픽 상징조형물인 평화의 문 등을 설계했다.

건축가로 승승장구하던 김중업의 삶에 1970년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그는 와우아파트 붕괴 당시 옛 광주단지(현재 성남시)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을 비판하다 1971년 강제 추방당해 프랑스에서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1979년 영구 귀국할 때까지 김중업은 해외를 떠돌아야 했다. 1975년 미국에서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하버드 건축대학원 객원 교수 생활도 잠시 했다. 김중업은 귀국한 후 활동을 재개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신관’ ‘욱일빌딩’ ‘평화의 문’ 등이 이때 김중업의 설계로 모습을 드러낸다. 김중업은 1988년 5월 건강 악화로 숨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