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25) 50장 대마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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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응시한 채 김광도가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문아현은 조심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 오후 9시 반, 유라시아 클럽의 룸시티 안이다. TV에서는 어제 끝난 한·중 정상회담에 관한 해설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모두 긍정적이다. 정부 측이나 야당, 반(反) 정부 성향이 강한 노조도 마찬가지다. 한랜드는 동북3성만큼 광대한 면적이지만 인구는 10분의 1도 안 된다. 얼마든지 주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윽고 화면이 바뀌었으므로 김광도가 머리를 돌려 문아현을 보았다.

“넌 어떻게 생각해? 한랜드로 중국 자본, 주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말이다.”

“좋아요.”

문아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두 눈에 생기가 돌고 표정이 밝다. 25세, 한시티 외곽에 위치한 유라시아 클럽 제4룸시티의 관리부 대리 직책을 맡고 있다. 서울에서 제일대를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1년 반 근무한 뒤 유라시아 클럽으로 왔다. 문아현은 미모에 몸매도 좋아서 영업부로도 갈 수 있었지만 관리부에 지원한 것이다.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문아현이 말을 이었다.

“클럽의 손님 30%가 중국인이 되었어요. 그리고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예요.”

그렇다. 그래서 클럽 영업직 아가씨의 30%가 중국계 한족으로 채워졌고 그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노동인력도 늘어나지만 중국 자본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거든요. 윈윈이죠.”

“윈윈이라.”

김광도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서동수한테서 진정한 윈윈의 자세를 배웠기 때문이다.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그 기본이다. 서로 상대를 배려해야만 윈윈이 성립된다. 양쪽이 다 만족한다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했다. 문득 김광도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동수와 시진핑이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해졌다. 그때 문아현이 물었다.

“회장님, 술 한 잔 따라드려요?”

“응.”

정신을 차린 김광도가 문아현을 보았다. 아름답다. 이곳 제4룸시티는 김광도가 회의나 휴식 장소로 자주 사용하는 터라 지배인은 문아현을 당번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벌써 석 달 동안 10번 가깝게 시중을 들었어도 김광도는 손도 잡지 않았다. 회장의 당번이 되라는 지배인의 지시를 받고 다 줄 각오를 하고 나왔던 문아현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망했다가 차츰 익숙해지는 중이다. 술을 채운 잔을 받은 김광도가 단번에 삼키고는 물었다.

“참, 너, 애인 있다고 했지?”

“애인이라고는 안 했는데요. 사귄다고 했지.”

문아현이 부끄러운 듯 몸을 비틀었다. 소파 옆쪽에 앉아 있어서 은근한 향내도 느껴졌다. 이곳은 응접실 구조인 데다 넓다. 옆쪽 유리문 밖으로 시베리아의 야경이 펼쳐져 있다. 문아현이 말을 이었다.

“식품부에 근무하는 사람이었는데 누구한테선가 제가 회장님 당번이란 말을 들었나 봐요. 세 번 만나고 끝났어요.”

“저런, 내가 너한테 손도 안 댔다고 말하지 그랬어? 내가 말해줄까?”

“아유, 회장님도.”

문아현이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다.

“그 말 누가 믿겠어요? 그리고 그런 남자, 저, 싫어요.”

“그럼 어떤 남자가 좋아?”

“지금은 회장님뿐이에요.”

“이놈 좀 봐. 나, 여자 많은 거 알지?”

“서 대통령 좀 보세요. 그리고 회장님은 서 대통령 후계자라고 하던데요?”

“내가? 이거 큰일 났다.”

김광도가 지그시 문아현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