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농협 농가소득지원부 직원들이 지난 23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마곡리 마을회관에서 세배를 마친 뒤 주민들과 손을 맞잡고 덕담을 주고받고 있다. 아래는 전문 미용사가 이날 한 주민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모습. 신창섭 기자 bluesky@
농협 농가소득지원부 - 제천 봉양읍 마곡리 마을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일환
전문 미용사 섭외해 함께 찾아
‘명예 아들딸’ 노릇 하기 팔걷어
다소 이르지만 새해 큰절 올려
지난 23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마곡리 마을. 탐스러운 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늘던 눈발도 약간 굵어졌고 조심스럽게 ‘거북이 운전’을 해서 마을에 들어섰다. 오전 10시도 안 됐는데 농협중앙회 농가소득지원부 직원들이 일찍 도착해 마을회관 주위에서 제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농가소득지원부는 농협에서 도농교류 활동을 전담하는 부서다. 그래서인지 농가 지원 활동의 손놀림이 여간 능숙하지 않아 보였다. 마을회관 안에선 여직원들이 시래기를 다듬느라 분주했다.
동네 주민들이 한두 명 마을회관을 찾기 시작했다. 서로 익숙한 사이라 친근한 인사가 여기저기에서 오갔다. 여느 농촌처럼 마곡리 마을 역시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이 많다. 자식을 도회지로 보내고 홀로 생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젊은 농가소득지원부 직원들이 마을을 찾아주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주기 때문인지 마주할 때마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날 주요 일손돕기활동은 머리 손질과 얼굴 마사지였다. 농가소득지원부는 이 활동을 위해 전문 미용사를 섭외해 함께 왔다. 마을회관 한쪽에 간이 미장원이 차려졌다. 인기 만점이었다. 머리 손질을 원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다소곳하게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그 옆엔 담요 5개를 깔고 마을 주민들을 눕힌 뒤 얼굴 마사지를 했다. 마사지사들은 모두 농가소득지원부 직원들이었다. 얼굴 마사지를 위해 별도로 사전 교육을 받았다.
농협은 지난 5월부터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명예 이장제를 도입해 행사 위주로 흐르기 쉬운 기존 도농교류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농가소득지원부는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마곡리 마을을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자매결연 마을로 정하고 이들의 ‘명예 아들딸’ 노릇을 하기 위해 애썼다. 농협의 도농교류 분야 대표로서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굴 마사지와 머리 손질 역시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방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회관이 점점 화사해졌다. 얼굴 마사지를 받은 마을 주민들의 얼굴들이 환하게 빛났다. 농가소득지원부 직원들의 손길이 깃든 얼굴 마사지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박옥순 부녀회장은 “얼굴 마사지나 머리 만져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찾아와서 관심을 두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라며 “올해 벌써 세 번째인데 올 때마다 제 일처럼 성심성의껏 돕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소득지원부는 또 하나의 이벤트를 마련했다. 얼굴 마사지와 머리 손질을 받은 마을 주민들을 아랫목에 모셔놓고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새해 큰절을 드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부 직원들은 일부러 한복을 가져왔다. 농협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마스코트인 ‘마음이’와 ‘이음이’ 탈인형도 등장했다.
최문옥 농협 농가소득지원부 복지여성국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직원이 일제히 새해 큰절을 올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이구, 고마워!” “얼굴이 너무 고우세요” “내년에는 하는 일마다 모두 잘 되시길 바라요.”
훈훈한 덕담이 쉼 없이 오갔고 시래기 된장국을 주메뉴로 한 점심이 이어졌다. 흥겹고 따뜻함이 밴 듯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눈 덮인 마을 전체에 가족끼리 느낄 수 있는 행복감도 한껏 깃들었다.
제천 =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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