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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구촌 전망대 게재 일자 : 2016년 12월 28일(水)
‘네버 어게인’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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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9월 6일 버지니아주 대선캠페인 중 마이클 플린 전 미 국방정보국 국장의 얘기를 들으며 엄지를 추켜세우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플린 전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동맹 및 대북정책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임성남 외교부1차관을 만나 “한·미 동맹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굳건하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12월 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표결이 가결되자 한동안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미국의 한국·아시아 전문가들이 일제히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미국 사회가 일제히 연말연시 연휴에 들어가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달아 개최된 2016년을 마감하는 각종 토론회에서다.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3개월간에 걸친 한국의 정치 위기가 국회 탄핵 표결을 계기로 2017년 조기 대선으로 대략 가닥을 잡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우려를 요약하면 한마디로 ‘네버 어게인(never again) 2003년’이다. 2003년은 한·미 동맹 60여 년 역사에서 가장 최악의 시기로 꼽히는 해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효순·미선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등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미국과 마찰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의 대북포용 정책은 당시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의 강경 대북정책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노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이 2005년 11월 북핵 해법을 놓고 격돌한 경주 정상회담이 대표적 사례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 대사는 “외교관 생활 중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담당 보좌관 출신의 수미 테리 바우어그룹 아시아 담당 이사는 지난 15일 세미나에서 “북핵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서울·워싱턴의 단합인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2003년 노 전 대통령·부시 전 대통령과 같은 조합이 생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2년 북핵 2차 위기 당시 북한을 방문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도 지난해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반미주의’라는 저서에서 “차기 한국 대선에서 야당이 권력을 잡아서 ‘햇볕정책 2.0’ 같은 정책을 편다면 한·미 대북정책 조율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일찌감치 전망한 바 있다.

이런 인식에는 진보·보수의 구별도 없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 조엘 위트 연구원도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동맹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대북포용 정책의 야당이 집권하면서 엇박자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온 진보적 북한 전문가로, 지난 11월 중순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과 접촉한 바 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2017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 뒤 차기 협상에서 이 공약을 강하게 주장한다면 한국에서는 반미 시위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을 놓고 극심한 국론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한국에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밝히는 등 사드 배치 연기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내년에 들어설 한국의 새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되돌리는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면서 “논의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안보 문제가 정치 문제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는 돌고 돈다. 하지만 인류가 진보해온 것은 실수를 똑같이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참혹한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이후 전 세계가 ‘네버 어게인’을 외치면서 각종 국제 제도 마련에 매진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2017년은 올해 촛불 시위 이후 각성한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동시에 2017년은 한·미 동맹에 또 다른 2003년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에서 서울·워싱턴의 분열은 안보 불안만 더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내년 대선에서 한·미 동맹이라는 잣대를 출마한 후보들에게 꼭 한 번씩 들이대 봐야 하는 이유다.

boyoung22@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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