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물증’ 앞에서 무너진 문형표… ‘3者 뇌물죄’ 대가성 입증 주목

‘뇌물고리’ 결정적 증거 분석
내주 삼성 사장급 소환한 뒤
1월 이재용 부회장 부를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9일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의 제3자 뇌물죄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삼성은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에게 지난해 지원한 80억 원의 성격에 대해 “최 씨 측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와 달리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라는 청와대 측의 ‘대가’를 전제로 이 같은 뇌물을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 ‘뇌물 고리’ 정황을 확인한 특검팀은 다음 주 삼성 사장급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한 뒤 내년 1월 중순쯤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과 관련한 ‘청와대의 지시’ 등에 대해 “모른다”는 태도를 고수하다 청와대 지시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은 특검팀이 확보한 물증 때문이다. 특검팀은 복지부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삼성 합병 발표 뒤인 지난해 6월 문 전 장관이 복지부 국장을 시켜 ‘합병 찬성 방안’ 및 ‘국민연금 외부 의결권전문위원회(전문위) 성향’ 등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그가 전문위의 합병 반대를 예상해 전문위 부의를 막은 정황도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특검팀은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가 삼성 합병 찬반 입장을 정하는 회의 전 찬성·중립·기권 등에 대한 투표수를 미리 정해 놓는 등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현재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는 특검팀이 추가 압수수색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상당한 범죄 혐의 입증 근거를 이미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특검팀은 압수수색 과정을 생략한 채 이르면 다음 주 초 박상진(63)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장충기(62)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65)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를 잇달아 소환할 방침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