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찬밥 신세’된 싱크탱크

정권 교체때마다 ‘인력 풀’ 役
이번엔 의도적 배제에 힘못써

오는 20일 출범하는 차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무부 장관에 이어 부장관에도 기업가 출신 등용을 적극 검토하면서 역대 행정부에서 막강한 인력 파워를 자랑했던 워싱턴 싱크탱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지 로긴은 16일 칼럼에서 “국무부 부장관에 유력한 인사는 한때 물망에 올랐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도,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도 아닌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데이비드 매코믹”이라고 전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매코믹 회장은 한때 재무부 장관·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에 올랐던 인사다. 매코믹 회장이 부장관에 지명되면, 엑슨모빌 CEO 출신의 렉스 틸러슨 장관 지명자와 함께 국무부 서열 1·2위는 모두 기업가 출신이 꿰차게 된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해군 장관에도 공직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 출신의 필립 빌든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역대 행정부 교체 때마다 ‘인력 풀’ 역할을 해오면서 회전문 인사 비판을 받던 싱크탱크가 이번에는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다. 트럼프가 싱크탱크도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트럼프가 행정부를 채울 인사들을 다른 분야에서 영입하면서 싱크탱크는 사실상 사망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킹 목사를 존경한다”고 밝히는 등 흑인사회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트럼프는 이날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면담한 킹 목사의 장남인 킹 3세에게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는 8%에 불과한 흑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트럼프 집권에는 정당성이 없다”면서 취임식 참석을 거부한 흑인 인권운동가 출신 존 루이스(민주·조지아) 하원의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킹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트럼프 시대는 왔다가 간다. 사랑과 정의를 향해 계속 싸워 나가자”고 밝혔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