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청구>다음 차례는 SK·롯데·CJ?… 특검 대기업수사 확대 방침

“사면·면세점 등 특혜 의혹”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을 ‘뇌물’로 판단한 가운데, 두 재단에 기금을 낸 대기업 중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SK와 롯데, CJ 등이 다음 수사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두 재단에 기금을 낸 대기업 중 ‘대가성’이 입증돼야 뇌물죄가 적용되는 만큼, 청와대의 ‘강요’가 아닌 ‘민원 처리’를 위해 거래에 나선 대기업이 우선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18일 예정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와 관련된 대기업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SK와 관련, 두 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과 ‘최태원(57) 회장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간에 거래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특히 최근 확보한 녹음 파일에 주목하고 있다. 이 녹음 파일에는 김영태(62)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이 당시 특별사면 발표 사흘 전 최 회장과 접견한 자리에서 “왕 회장(박 대통령)이 귀국(사면)을 결정했다. 분명하게 숙제(대가)를 줬다”고 말한 대화록이 담겨 있다. 최 회장은 2년 7개월 옥살이 후 사면됐으며, 이후 박 대통령과 독대하고 두 재단에 111억 원을 냈다.

롯데는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권’을 놓고 박 대통령과 신동빈(62) 회장 사이 거래가 오갔으며, 롯데가 두 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한 것이 ‘면세점 선정 대가’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롯데는 이후 K스포츠재단 75억 원 추가 출연 요구를 받고 70억 원을 더 냈다가, 롯데그룹 경영 비리와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전후에 전액을 돌려받아 관련 의혹을 더 키웠다.

CJ도 이재현(57) 회장의 ‘광복절 특사’ 거래 의혹을 받는다. 이 회장이 사면받은 뒤 CJ는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측근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1조 원대의 투자 계획을 발표해 ‘대가성 투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에는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