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의 이재용 ‘433億 뇌물죄’ 적용, 공감하기 어렵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씨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주기로 하거나 출연한 433억 원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와준 대가라는 것이다. 최 씨가 독일에 세운 코레스포츠에 승마 훈련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주기로 한 213억 원은 단순 뇌물제공 혐의를, 두 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과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2800만 원은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했다. 두 재단에 낸 돈을 뇌물로 본다는 것은 삼성을 포함해 53개 기업이 출연한 774억 원도 제3자 뇌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선 이러한 법 적용에 공감하기 어렵다. 첫째, 특검은 최 씨에게 주기로 약속한 213억 원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준 뇌물로 판단했다. 두 사람이 이익 공유 관계라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판례상 가족 간에도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둘째,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죄의 구성요건에 더해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출연 기업들은 “대통령의 부탁과 강요에 의해 출연했을 뿐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구체적 인과관계 증거는 보이지 않고, 결과적으로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사후 뇌물이라는 식으로 봤다.

한국적 현실에서 대통령에게 사전에 ‘부정한 청탁’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는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증인으로 나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 문제와 관련해 기업별 출연금 액수를 지정해 모금을 지시했다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출연 강요’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기업 측의 ‘뇌물 로비’ 적용은 무리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에서 법원이 별도의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 책임자를 굳이 구속해 재판할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특검은 SK·롯데·CJ의 총수에 대해서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을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부정한 청탁을 확인해야 한다. 대기업 수사는 법리와 증거에 따르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