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의 ‘MB정권 겨냥 毒舌’ 정치보복 예고인가

차기 대선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MB) 정권 비판이 예사롭지 않다. 독설(毒舌) 차원을 넘을 정도로 표현의 수위도 높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4대강·자원외교 등 주요 국책사업은 물론 이른바 MB 실세들에 대한 수사와 사법 처리가 정치보복 얘기까지 나올 만큼 이뤄졌음에도 다시 들고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경쟁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돕는 MB정권 인사들을 향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적폐 대청산’이라고 했지만, 각론에서는 MB 정권을 콕 찍어 겨냥한 듯하다. 그는 17일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 행사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그걸 주도했던 관료들뿐만 아니라 교수 등 전문가 집단까지 부화뇌동했다”면서 재사정(再司正)을 시사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양상군자(梁上君子)’라는 표현도 썼다. “MB 정부는 참여정부에서 외곽 위원회라도 참여했거나, 공공기관·공기업에서 임원이라도 한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탄압을 가했다”며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는 말에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취임 뒤 권력 비리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집권하면 당한 만큼 돌려주는 ‘한(恨)풀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걱정된다.

문 전 대표는 저서에서 ‘친일(親日)세력 청산’도 강력히 제기했다. 이미 해방 72년을 앞두고 있어 부역자들은 생존해 있지 않은데, 누구를 향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문 전 대표는 “6월항쟁 때 민주정부가 수립됐다면 친일 청산도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군부 독재 정권이 연장되는 바람에 박정희 체제가 지배했고, 그 체제가 낳은 것이 박근혜 정권”이라고 했다. 민주화 이후 선출된 정권들을 부정하는 것인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에도 그런 일을 못한 국정 실패를 자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적의(敵意)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혐오를 끝내고 화쟁(和諍)의 시대로 가자”고 했다. 화쟁은 원효대사에서 시작된 불교 사상으로, 경전과 교리조차 뛰어넘는 경지를 말한다. 세속의 통합을 훨씬 초월하는 것인데, 살벌한 말들로 대청소를 외친 문 전 대표에게서 나온 것임을 믿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