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주자들, 低成長 뚫을 특단책 제시해 보라

예상대로 지난해에도 경제 성적표는 시원찮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성장률은 2.7%에 그쳤다. 2015년 2.6%에 이어 2년 연속 2%대 저성장(低成長)이다. 경제의 3대 축인 내수·투자·수출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빚을 내 집 사게 하는 ‘비정도(非正道)’ 부동산 부양책에 따른 건설투자 증가가 2%대를 떠받쳐줬을 뿐이다. 여전히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잠재성장률에 한참 못 미치고 있으니 안타깝다.

더 큰 문제는 저성장의 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예측한 전망치가 그 방증이다. 다른 기관에 비해 우리 경제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려는 정부는 올 성장률을 2.6%로 추정했다. 한은도 2.5%로 잡았다. 해외 기관은 더 비관적이어서, 평균 전망치가 2.4%다. 일본의 노무라는 2.0%로 더 낮춰 잡았다. 원인은 복잡다단하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 인상 등이 그 줄기다. 이들 분석대로라면 우리는 사상 초유의 ‘3년 내리 2%대 저성장’이라는 오명을 떠안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경제호의 선장이 되겠다는 대선 주자들은 말로만 성장을 외친다. 외려 성장을 해치는 ‘지르고 보자’식 포퓰리즘 공약 남발에만 혈안이 돼 있다. 국민성장, 소득주도성장, 동반성장 등 경제민주화 뼈대에 성장이라는 단어만 살짝 덧칠한 구호로 국민을 현혹할 뿐이다. 일부 야권 주자들은 소득 양극화, 불평등 등을 ‘촛불 민의’라고 주장하며 반재벌 정서를 마냥 부추긴다. 저성장을 뚫을 정도(正道)는 이미 다 나와 있다. 노동·공공 부문의 구조개혁은 물론 산업 구조조정을 보다 철저하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인 신성장동력 확충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성장의 선봉은 역시 기업이다. 당연히 재벌의 고질적 악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표심을 얻으려 기업가 정신을 죽이는 반재벌 공약은 반애국적 행위나 다름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포드·다우케미칼 등 제조업체 CEO를 백악관 오찬에 초청해 “미국에서 공장을 유지할 경우 규제를 75% 철폐하고, 현재 35% 이상인 법인세도 20%로까지 끌어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구체적 의지와 과감한 실천만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대선 주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창의적인’특단책으로 승부를 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