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무너진 스윙 되찾아줘… 골퍼들이 ‘희망제작소’불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식 ㈜케이지에스티 골프연구소 기술고문이 지난 23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사옥 1층 피팅 룸에 전시된 샤프트를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명식 KGST골프연구소 고문

김명식(66) ㈜케이지에스티(KGST) 골프연구소 기술고문은 골프채 제조에 관한 한 ‘박사’다.

지난 23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케이지에스티 골프연구소 사옥에서 김 고문을 만났다. 연구소는 서울춘천고속도로 덕소삼패 IC를 나와 86번 국도를 타고 남양주해비치 골프장 방향으로 5분여를 달리면 도로 옆에 3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부지 2500㎡에 3층 건물로 된 연구소 1층에는 수백 가지의 샤프트 샘플과 함께 시타를 겸한 ‘피팅’ 기구들이 있었고, 2, 3층에는 카본 소재 연구·개발(R&D) 및 시제품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김 고문은 “현재 카본 소재를 이용해 골프 클럽뿐 아니라 킥보드나 사이클 보디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 고문은 2013년 연구소를 만든 이후 3년 이상을 R&D에 매달려 왔다. 이곳에는 클럽에 관한 모든 설계까지 가능하도록 시설을 갖춰놨다. 그는 전문경영인을 따로 둔 채 고문으로 물러나 클럽 R&D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이곳을 다녀간 골퍼들이 ‘희망 제작소’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김 고문은 “이곳을 찾는 골퍼들은 90% 이상이 지인들의 경험을 듣고 찾아오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김 고문에게 얼마 전 대기업에 다니는 한 임원이 지인 소개로 찾아왔다. 그 임원은 얼마 전부터 골프가 망가지면서 너무 재미가 없어져 골프를 포기하려고 했다면서 비슷한 처지를 겪었던 지인이 이곳을 찾아가라고 권해서 왔으니 도움을 달라고 했던 것. 그 임원은 한때 언더파를 칠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갖췄지만, 어느 순간 골프가 무너졌던 것. 김 고문은 그가 10년 전 50대 초반에 구입했다는 골프채를 테스트해 보니 현재 체력과 변화된 스윙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것을 발견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통해 샤프트를 바꿔줬고, 2개월도 채 안 돼 그 임원이 다시 김 고문을 찾아와 “다시 70대 스코어를 칠 정도로 ‘회춘’했다”며 고마워했다고.

물리학을 전공한 김 고문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골프 클럽 연구로 돌아선 케이스. 김 고문은 “골프는 사람의 지문처럼 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골프 스윙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골프채는 기성복처럼 만들어진 것을 고르기보다 자신의 스윙에 가장 적합한 골프채를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먼저 자기만의 스윙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고문은 미국에서 연구원 시절부터 골프를 접했다. 연구소에서 항공기나 잠수함에 필요한 역학 디자인 업무를 맡았던 김 고문은 학구파답게 스윙의 메커니즘을 활용하면서 골프를 쳤다. 주로 주말이면 연구소 동료들과 집 근처 골프장을 자주 찾았다는 김 고문은 골프 시작 6년 만에 70대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였다. 한때 공인 핸디캡 11까지 내려갔다. 베스트는 76타. 30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할 때였다.

그러나 이곳 연구소를 차린 이후 골프 치는 것을 사실상 끊었다. 필드에 안 나간 지도 3년 정도 흘렀다. 시간이 아까워 골프 칠 시간조차 없었고 요즘에도 연구소에서 밤새우는 일이 많기 때문.

김 고문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비거리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윙 스피드와 볼 스피드가 빠를수록 거리를 더 많이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가 스윙 스피드를 늘리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스피드를 높이려다 오히려 스윙을 망가트릴 위험까지 있다는 것. 차리리 볼 스피드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스윗 스폿’에만 정확히 맞혀도 스피드를 충분히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윗 스폿에 맞히기 위해서는 스윙과 클럽의 밸런스가 정확히 맞아야 한다. 흡사 자동차 타이어 교환 시 ‘휠 밸런스’를 맞추는 것과 같은 논리. 타이어가 휠 밸런스가 안 맞으면 떨림 현상이 나타나듯, 샤프트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샤프트를 고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또 대부분의 골프채 메이커들은 스피드가 낮은 시니어를 위해 샤프트를 길게 만드는 편인데 이로 인해 스윙아크가 커짐에 따라 스윗 스폿에 맞힐 확률이 낮아져 스피드가 오히려 더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골프스윙은 사람마다 비슷해 보이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스윙 형태는 수백만 가지나 될 만큼 다양하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지난 3년 동안 실험을 통해 얻어낸 골퍼들의 스윙 패턴을 포함해 7000여 가지 데이터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윙 분석 결과치를 넣으면 초보에서 프로까지 클럽 하나만 바꿔도 원하는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이곳을 찾은 고객들의 만족도가 92.7%나 된다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클럽 메이커들이 자랑하는 고반발 클럽에 대한 맹점도 지적했다. 반발계수(COR) 수치는 스윗 스폿 한가운데를 맞혔을 때 최고의 수치를 말하는데 아마추어가 이 점 부분에 맞힐 확률은 4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드라이버를 고르는 방법은 스윗 스폿 주변이 반발계수가 높아야 하는데 페이스 두께를 균일하게 만든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김 고문은 “똑같은 클럽으로 쳐도 스윙 방법에 따라 로프트 각이 달라져 볼이 뜨는 정도가 달라진다”면서 아마추어에게 ‘숨은 거리’를 찾는 방법도 소개했다. 약간의 노력만으로 ‘탄도’를 조절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만일 ‘아웃 투 인’의 스윙궤도로 치면 ‘어택 앵글’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볼의 탄도가 낮아져 거리를 내기가 힘들어진다. 요즘 보편화된 스윙 분석기만으로도 자신의 구질을 파악해 단점을 보완하면 잃어버린 10%의 거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