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기문 퇴장…‘웰빙’ 벗어나 진정한 保守 다시 세워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은 보수 정치세력은 물론 스스로 보수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일반 국민에게도 충격을 추기에 충분했다. 반 전 총장 스스로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식으로 보수의 틀 속에 자신을 가두려 하지 않았지만, 이른바 범(汎)보수 진영에서는 현재 독주하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맞설 가장 유력한 대항 주자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1일 불출마 발표문에서도 “보수 쪽이라고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내 양심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도 했다. 반 총장의 대선 도전 포기는 지난 12일 귀국한 지 꼭 20일 만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10년 재임해 이젠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산이 된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놓고 찬반이 교차했지만, 그런 차이를 떠나 이렇게 전격적으로 도중 하차를 선언한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보수세력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다. 이 정도의 각오라면 아예 뛰어들지도 않는 게 나을 뻔했다. 대선판이 이전투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지지율이 떨어지고 음해성 주장이 있다고 해도 한 달도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것은 보수적 인사들의 ‘웰빙 체질’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희생과 헌신을 하겠다는 각오에 앞서 ‘누군가 꽃가마를 태워주겠지’ 하는 안일한 태도가 문제다. 입으로만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을 외친다고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지율이 높을 때는 금방이라도 반 전 총장을 도울 것 같았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의원들도 기회주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제 보수세력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선 득표, 누가 후보가 될 것이냐의 문제보다 ‘진정한 보수’의 대의(大義)를 밝히고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사태가 아니더라도 보수 정권 10년에 따른 피로감이 있었다. 2012년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양자 대결이었다. 박 대통령은 1577만여 표를 얻어 당선됐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밝히는 국민도 30~40% 이른다. 정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 쟁취하는 것이다. 보수의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살신성인의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 사회는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가 균형을 잡을 때 안정적이고 멀리 날 수 있다. 한쪽이 무너지면 극단이 판을 치고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