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과열방지장치 없는 전기방석에 ‘화상’… 최고표면온도 규정없는 전기요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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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올 1월 화재 3663건중
전기히터 등 원인 818건 ‘1위’

라텍스 재질 熱축적기능 뛰어나
전기장판과 사용 땐 불 날 위험

전기매트는 접거나 구기지 말고
온도조절기는 침구 밖에 놔둬야

사용하지 않을 땐 플러그 빼놓고
잠자리 들 땐 ‘취침’ 온도로 설정

#1. 경기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는 소비자 A 씨는 지난해 10월 잠을 자는 도중 고무 타는 냄새를 맡고 놀라 잠에서 깼다. A 씨가 이불을 들치자 까맣게 탄 흔적이 발견됐다. 조금만 더 놔두었으면 큰 화재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장판 구매 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데다 나중에 보니 다리에 화상까지 입었던 터라 업체에 연락해 환불을 받으려 했지만, 라텍스 매트리스와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는 등의 주의사항을 미처 지키지 못해 별다른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2. 대구에 거주하는 B 씨는 지난해 9월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전기요를 샀다. 같은 해 12월 잠을 자던 도중 B 씨는 등 쪽에서 뜨거움을 느끼고 깜짝 놀라 일어났다. 이불을 들쳐 보니 전기요에 삽입된 열선 형태로 표면에 그을린 자국이 나 있었고, 군데군데 아예 타들어가 구멍이 난 곳도 있었다. B 씨는 전기요 제조업체에 연락해 제품 사진 등을 보내고 환불을 받았지만, 가벼운 화상 등 신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봄의 태동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지만 되레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씨의 영향으로 겨울철 전기장판, 전기매트, 전기요 등 난방용 전열 기구의 구매와 사용이 늘면서 관련 화재 등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품 불량과 소비자 부주의 등으로 전열기구 화재 사고는 매년 높은 비율로 이어지고 있다.

9일 국민안전처 국가화재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월 두 달 사이 발화 원인 기기가 구분된 화재사건은 총 3663건이었는데 이 중 화목보일러, 전기히터, 전기장판 등 계절용기기에서 시작된 화재가 818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화목보일러 화재가 145건으로 가장 많았고 열선 기기 123건, 전기장판·담요·방석 등 92건, 목탄난로 89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3년간(2013∼2015년) 통계에서도 계절용기기로 인해 발생한 화재는 전체 2495건에 달했고, 이 중 68%인 1688건이 난방기기로 인해 발생했다. 난방기기 종류별로는 가정용 보일러가 558건(33%)으로 제일 많았지만, 전기장판류도 494건(29%)으로 그에 못지않은 화재 비율을 나타냈다.

전기장판류는 특히 매년 관련 위해 사건 접수가 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전기장판류 관련 한국소비자원 위해감시시스템 접수 신고 건수는 2011년 259건, 2012년 310건, 2013년 333건, 2014년 502건, 2015년 750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겨울철 난방용 전열기구는 매년 화재 위험에 따른 리콜도 꾸준히 발생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2016년 10∼11월 중 전기스토브, 전기장판 등 겨울용 전기용품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13개 제품에 대해 리콜을 명령했다. 이 중 전기매트, 전기스토브 등 전열기구 7개 제품에서는 사업자가 안전 스위치 같은 주요 부품을 인증 당시와 다른 부품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나 장시간 사용할 경우 화재나 감전 위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방석 6개 제품에서도 과열 방지 장치가 없는 등 결함이 발견됐다. 특히, 전기방석과 전기매트는 화상이나 화재 우려에 따른 리콜 조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1%포인트, 5%포인트씩 늘어났다.

관련 규정 미비도 사고 원인일 수 있다. 전기요는 취침 시 표면온도가 37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지만, 최고 표면온도 등 이렇다 할 규정이 없으므로 표면온도가 지나치게 높은 제품들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장시간 사용으로 인한 과열, 전선피복의 상태 불량으로 인한 누전, 온도조절기 고장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전열기구 화재가 발생했다.

한편,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는데, 라텍스 재질의 침구류가 특히 위험성을 나타냈다. 라텍스 재질은 열 축적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기장판 등과 함께 사용할 경우 화재 위험이 크다. 이외에도 두꺼운 이불이나 요를 함께 덮거나 깔지 않는 것이 좋으며, 전기매트나 장판의 경우 접히거나 구겨지지 않고 바르게 펼쳐져 있는지 확인 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온도조절기에 열이 가해져 고장에 이르지 않도록 온도조절기는 본체 밖에 놓고 사용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나 외출할 때에는 플러그를 분리하고, 취침할 때는 반드시 취침단계로 온도를 설정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겨울철 난방기기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품 구매 시 표면온도 등 제품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제품에 첨부된 사용 시 주의사항을 숙지해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그래픽=김연아 기자 kyacokr@munhwa.com yu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