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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13일(月)
시대정신과 괴리된 대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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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정치부장

최근 받는 19대 대선 전망 관련 질문은 “이대로 문재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되는 거냐”로 모인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도 ‘문재인 대세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대답은 늘 “문 전 대표가 안 될 확률은 여전히 60%”이다. 굳이 이런 표현을 구사하는 이유는 지금 바로 투표를 한다면 문 전 대표가 당선될 확률이 높지만 대선까지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릴 변수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우선, 3월 초순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다. ‘문재인 대세론’에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는 친박 패권주의가 몰락하고 보수 진영이 대대적으로 개혁·재편되면서 중도·보수 진영이 ‘반(反)문재인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보수와 진보 성향으로만 대별할 때 그 비율이 6 대 4 수준이라는 기존 분석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이 ‘야당으로 기운 구도’로 대선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여부다. 보수 진영의 요구든, 황 권한대행의 자의든 상관없이 황 권한대행의 출마는 필연적으로 대선을 다자구도, 최소한 3자 구도로 이끈다. 기존 보수 진영이 황 권한대행으로 단일화되더라도 황 권한대행의 이념적 좌표가 우측으로 치우쳐 있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포함한 중도 진영과의 연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대선 관리자로 남으면 문 전 대표는 ‘어웨이 경기’를 치르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셋째, 200만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민주당 당내 경선이다. 지난 18대 대선 경선의 전례를 감안하면 120만 명 정도가 투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문 전 대표의 당 조직 장악력이나 친문(친문재인) 결속력에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더구나 안희정 돌풍이 이어지면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역전’이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 밖에 특검의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나 박 대통령의 탄핵 이후 행보 등도 문 전 대표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에 앞서는 상수는 ‘시대정신’이다. 대선은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에 공감하고, 그 공감을 바탕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그의 정치 이력이 소통의 진정성을 뒷받침해주는 후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기존 정치를 근본부터 바꾸는 정치혁신이다.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보수-진보-보수가 10년 단위로 집권했지만 정권 교체의 긍정적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고 반목과 대립만 거듭하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 친박(친박근혜)·친문 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렸고 지난해 4·13 총선은 이 같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현실적으로 정치권을 일거에 교체할 수 없고 압도적인 권력을 줄 정당도 없는 상황에서 사안별로 협력하는 방식으로라도 국정을 운영해보라는 뜻으로 제1·2당을 바꾸고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을 출현시킨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정권 교체를 통한 적폐 청산’이란 그의 구호가 말해주듯 여전히 보수-진보의 이분법적이고 대립적 시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사건’은 우리 정치가 ‘정권 교체’만으로 더 이상 개선될 수 없고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시키는 사건이다. 문 전 대표의 ‘정권 교체’ 프레임이 보수 가치의 포용을 시도한 안 지사의 도전에 흔들리는 것이나, ‘대연정’ 주장이 안 지사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안 지사 돌풍이 거세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안 지사는 충남 도정에서 협치를 실현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 반면, 문 전 대표는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친일에서 반공으로 또는 산업화 세력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 ‘위선적 허위 세력’ ‘부패 대청소를 하고 역사 교체를 해야 한다’ 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가 연정이나 공동정부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역대 대선을 되짚어보면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과거의 프레임에 얽매인 후보가 최종 선택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선 결과를 ‘이변’으로 받아들인 것은 늘 대세론에 빠진 후보 측이거나 과거 기록과 정치공학적 분석을 벗어나지 못했던 정치 전문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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