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했다가… 간병인協 ‘환자 블랙리스트’ 오른다

간병인 자격·비용 주먹구구… 환자만 골탕

입원환자 37% 고용하지만
병수발 대신 상처만 주기도
간병인끼리 비용담합 의혹
“서비스 안좋다” 항의하면
“간병인 없다” 배정 거부도

입원 환자의 37%가 간병인을 고용하지만, 간병인 자격 요건이나 간병비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정색하고 항의했다가 환자만 ‘블랙리스트’에 올라 간병인을 배정받지 못할 수도 있어, 불만이 있어도 환자와 보호자는 꾹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1993년부터 여러 명의 간병인을 고용해 왔다는 김모(여·71) 씨는 13일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을 혼자 돌보기 어려워 간병인을 고용했는데 오히려 상처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병원에 간병인과 아들만 두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간병인 실수로 아들이 발에 화상을 입게 됐는데 아무 처치 없이 도망가버렸다”며 “간병인협회에 항의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간병인을 보내주지 않기도 해서 제대로 항의할 수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0월까지 간병인을 고용했다는 박모(여·60) 씨는 “간병인은 환자와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라 의사나 간호사보다도 더 중요한데, 조선족 간병인들의 경우는 의사소통마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어 걱정된다”며 불안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간병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요건도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용역 업체인 ‘간병인협회’ 중 한 곳에 고용되는 것만으로 간병인이 될 수 있다. 아예 ‘알음알음’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간병인도 있다. 협회에서 환자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이마저 몇 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등의 기준조차 없다.

게다가 간병인들끼리 ‘담합’해 간병비를 멋대로 올려받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우리 병동 간병인들끼리 담합 시도를 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너무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장애인 권익증진단체 ‘스파인2000’의 왕태윤 대표는 “처음에는 하루 간병비를 7만∼9만 원이라고 이야기하고, 막상 만나서는 13만 원까지 올려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간병인들이 최저 시급을 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니, 환자와 간병인 모두를 위해 명확한 간병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정부의 간병인 관리 실태와 관련, 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서비스의 질이 보장되고 간병비가 합리적으로 책정되려면 간병인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280여 개 의료기관 입원환자 약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37%가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간병인의 경우 환자의 개인적 심부름만 할 수도 있는데,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는 등 제도화하기는 애매한 점이 있다”며 “병원에서 간호사가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확대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