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일상의 위대한 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평범한 직장인이 20대 싱글 시절부터 50대 중반까지 2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를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써, 결국 책으로 내놨습니다. 2013년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를 일으켰던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앨리스)입니다.

저자인 시노다 나오키(篠田直樹·55)는 1990년 8월 18일 후쿠오카(福岡) 하타카(博多)로 전근 간 기념으로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기록하겠다며 가볍게 시작해 23년간 대학 노트 45권 분량의 식사 그림일기를 썼습니다. 책을 출간한 후에도 그의 일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행사 과장(지금은 부장)이니 그의 말대로 평범한 직장인이랄 수 있지만 20년 넘게 매일 저녁 책상 앞에 앉아 삼시세끼 일기를 그렸다니 평범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오로지 눈과 혀에 새긴 감각과 기억을 되살려 그렸다고 합니다. 성실함, 자기중심, 집요함, 탐구심 이런 덕목들이 떠오릅니다. 작심삼일이 특기인 저로서는 놀라울 뿐입니다.

이번 주 국내에 출간된 책에는 방대한 23년간의 그림일기에서 가려 뽑은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그림이 꽉 차 있습니다. 그 옆에는 음식에 대한 정보, 감상, 추억이 기록돼 있습니다. 아내와 혼인 신고한 날, 샌프란시스코로의 신혼 여행, 첫째 딸과 둘째 딸이 태어난 날 같이 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들의 식사도 있습니다. 그에게 인생은 그날 먹은 음식과 맛으로 기억되겠지요.

애초에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없이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 그리고 썼던 그는 수험생 스트레스에 물도 못 마시던 큰딸과 등교 거부까지 하며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던 둘째 딸이 어려움을 넘기고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자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아빠가 되고 싶어 NHK 프로그램에 일기를 투고하게 됐다고 합니다. 덕분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원했던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그는 “책을 내고 나니 몇 년간 멈춰 있던 톱니바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의 미래에는 아직 여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양한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했습니다. 그림 실력 역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멋져집니다. 음식을 이렇게 맛있게 그릴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일상의 위대함에 대한 증명이랄까요. 별것 아닌 것 같은 우리 일상이 어떻게 위대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소한 일상이 반복돼 결국 우리의 인생이 된다는 진리, 시간이라는 힘의 증명이기도 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