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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2일(水)
“예수일생 4大복음 있듯이 역사교과서도 검인·국정 共存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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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한국사 관련 서적을 들고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

“역사갈등이나 영토갈등은 상대방이 있는 것이기에 완벽한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건 국제사회에 동조자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겁니다. 정면돌파하는 것도 포기해선 안 되지만, 최악의 경우 국제분쟁으로 번졌을 때 우리가 유리한 입장에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핵심은 ‘보편성’을 확보하는 겁니다.”

김용덕 서울대 동양사학과 명예교수 겸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석좌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배상,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 등 역사와 얽힌 주변국과의 현안을 풀 열쇠가 모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국제사회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최고의 전략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세계사의 흐름에 비춰 볼 때 한국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일본사 전문가이자 2006∼2009년 동북아역사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 명예교수를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만났다.


역사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김 명예교수는 ‘보편성’을 분석 틀로 일관되게 사용했다.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죠. 하지만 독도 문제를 두고 ‘일본이 우리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약탈한 것’이라고 악을 써봐야 국제적으로는 ‘그때 너희 힘이 약해서 그런 것 아니냐. 약육강식 시대였지 않냐’는 일본 주장에 맞설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제국주의 역사의 과정에서 독도 문제를 보자 이겁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제국주의 역사를 다 해소하고 있는데, 아직도 못하는 일본은 선진국이 될 자격이 없는 게 아니냐’ 이렇게 접근해야 합니다.”

김 명예교수는 “정치 지도자들도 인기영합주의에 빠져 자극적 발언 등으로 이름을 알리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가 대표적인 전략 실패로 꼽는 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2년 독도 방문이다. “대일 외교를 제일 못한 게 이명박 전 대통령입니다. 독도 문제에 일본 천황을 끌어들였죠. ‘천황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거요. 당시 일본 언론 중 우익 성향의 요미우리(讀賣), 산케이(産經)는 ‘독도 상륙’이라고 표현했어요.”

김 명예교수는 독도 영유권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 판정을 받자는 일본 주장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대응방법은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서양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왜 일본이 ICJ에 가자는데 너희는 반대하느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대꾸는 하되, 조건을 내걸어 ‘역공’을 해야 합니다. ‘러·일 영토분쟁, 중·일 영토분쟁 사안도 한꺼번에 ICJ에 가져가자. 그러면 우리도 응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면 됩니다. 일본은 여기에 절대 응하지 않습니다. 가령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이슈를 중국의 요구대로 ICJ로 가져가는 데 동의한다면 일본 정권이 무너져요.”

일본군 위안부 이슈와 관련해서도 김 명예교수는 ‘인권을 훼손한 부도덕한 행위’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피해자에 대한 배상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한 일본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게 해야 해요. 독일은 ‘기억·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만들어 나치가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전부 배상해 줬고, 그걸로 끝낸 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에 기금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행동입니다. 지금 0.001%도 안 남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돈 얼마 주고 끝낸다면, 그처럼 터무니없는 배상방법도 없죠. 먼저 죽어간 2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의 원한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재발 방지를 위한 사업을 하는 겁니다.”

김 명예교수는 박근혜정부의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잘못된 합의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야당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처럼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살아 있는 할머니들이 몇 명 남지 않았으니 빨리 정리하자’는 건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겁니다. 차라리 10억 엔을 일본에 돌려주는 게 낫지, 그런 걸로 책잡혀선 안 됩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어쨌든 우리가 뽑은 대통령 아닙니까. 이를 무시하고 재협상하자고 하면 우리나라의 체면도 말이 안 되는 거죠. 합의문 파기보다는 어떻게 추가적으로 변경시켜 갈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김 명예교수는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도 ‘균형적’ 시각을 유지했다. “일본이 좀 더 양심이 있는 나라라면 대사관이나 영사관 앞에 그것 하나 있어도 무심하게 다니면 되죠. 그런데 ‘우리 눈앞에 보기 싫게 왜 놔두냐’고 하잖아요. 부산 영사관에 (소녀상을) 세울 때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울에 있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걸로 전체 의지가 표현되면 좋을 텐데. 애국심은 좋지만 외국에서 교포들까지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한다는 것을….”

그는 다만 일본인들의 잘못된 국가 인식만큼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인들의 국가 인식에 문제가 있어요. 자신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역사만 있다는 거죠. 그런데 역사라는 것은 땅에 지층이 쌓이는 것과 같아요. 내가 주장하는 게 ‘역사 지층론’인데 그 지층을 아는 것, 과거 역사가 어떠해서 불행해졌는가를 아는 것, 그게 지금 우리를 알고 미래를 가꿔 나가는 기본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를 지워버리자는 것은 역사의식이 없는 거죠.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 인식이 제일 약한 것 같아요.”

동아시아 역사 전반에 대해 식견을 갖춘 김 명예교수에게 한·일 관계만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했다. 이번에는 중국과의 갈등 사안인 동북공정에 대해 질문했다. 그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재임 시절 정면으로 부딪쳐야 했던 이슈이기도 했다.

“중국은 정치적 판단 때문에 동북공정에 역사학자들까지 동원하는 겁니다. 어쩌다 동북공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국인과 친분을 쌓았는데, ‘고구려는 한국 것’이라고 왜 얘기를 못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러면 한국이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간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깨끗이 포기한다고 선언하라’고 대답하더군요. 중국이 땅은 넓어도 국경이 불안한 나라여서 동북공정 같은 것에 치중하는 겁니다. 옌볜(延邊)과 함경도, 카자흐스탄과 신장(新疆)성, 티베트 국경 등 국경선 안팎으로 같은 민족이 있는 곳이 5곳이나 되니까.”

김 명예교수는 동북공정에 맞설 이론적인 틀로 ‘역사 주권’ 개념을 제시했다.

“한 국가가 형성되려면 영토·국민·주권이 있어야 하는데 주권에서는 정치적 주권 외에 역사 주권도 중요합니다. 역사는 국민을 단합하는 힘입니다. 그걸 하나의 주권이라 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개념이죠. 우리가 일제에 영토 주권을 뺏기고 정치 주권도 뺏겼지만, 누구도 일제강점기에 한국의 역사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독립운동 역사가 있고, 우리 말과 문화를 지켰으니까요. 지독한 친일파 이완용이 창씨개명을 안 했는데, 이완용조차 자신은 조선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역사 주권을 가진 나라에서 역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고구려의 역사가 중국 변방의 역사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어요. 현재 자기네 영역 내에서 일어났던 일은 모두 자기네 역사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중국이 만주 지역을 모두 잃었다면 중국에서 만주 역사를 모두 빼야 되는지. 결국 역사는 어디로 계승되느냐가 중요한 거죠. 자꾸 남의 나라 역사를 자기네 것이라 우기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역사학자인 그에게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의 생각은 확고하고 간결했다.

“기독교 성경 중에 예수 일생에 대한 4개의 복음이 있습니다. 예수의 일생이 하나면 됐지 왜 4개가 있어야 하는가(웃음). 예수를 바라보는 눈이 제자들 안에서도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껏 예수라는 인물의 생애와 사상과 영향을 연구할 가치가 있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 마태복음 하나로 끝났다면 기독교가 얼마나 경직된 종교가 됐겠습니까. 국정교과서도 마찬가지예요.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를 또 바꾸자고 할 겁니까. 물론 이미 만든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라고 할 순 없죠. 그걸 검·인정 교과서와 같은 라인에 놓고 어느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지 학교별로 고르게 하면 됩니다. 간혹 ‘그럼 대학 입시 준비는 어떻게 하냐’고 얘기하는데, 대학 입시에 ‘입장’에 대한 것은 안 나와요. 여러 교과서에 공통적인 객관적 사실만 출제되니까.”

소신이 뚜렷한 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재임 시절의 일이다. 한 번은 청와대측에서 어느 외국 기관에 연구비를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민원’을 넣었다. 김 명예교수는 곧바로 거절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그래도 청와대 부탁인데 너무하지 않으냐”고 했지만, 그는 “이런 것 받아주다가는 일을 못 한다”고 받아쳤다. 청와대의 간섭 시도는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있었다. “이사장을 맡고 보니 재단 이사중 한 명이 신문에 당시 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집중적으로 쓰던 사람이더군요. 청와대 민정에서 ‘이 사람을 왜 꼭 써야 하냐’ 그러더군요. ‘이 사람을 청와대 압력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동북아재단 욕만 하고 다닐 텐데, 그래서 좋을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죠.”

노 전 대통령과 직접 대면했을 때도 그의 소신 발언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사장을 맡고 1주일쯤 됐나.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재단을 운영할 건지 묻더군요. 그래서 ‘연구소가 보수 성향이나 진보 성향일 수는 있지만, 정부만 옹호하는 것은 선진국 연구소가 아니다. 정부에서 나팔 불라고 하는 건 못한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노 전 대통령이 ‘내 생각도 그런데요’라면서 재량권을 줬어요.”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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