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사이클로 담금질… ‘金벅지’의 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파견을 앞두고 실내 사이클 지상훈련 중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이승훈 1만m 등 3관왕·김보름 5000m 우승… 빙속 중장거리 강세 비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이승훈(29·대한항공)은 남자 5000m에 이어 22일 1만m와 팀추월을 석권했고, 김보름(24·강원도청)은 여자 5000m에서 우승했다. 이승훈은 이로써 한국의 동계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6개)로 등록됐다.

한국 대표팀은 특히 중·장거리를 주름잡았다. 비결은 심폐지구력과 강철 허벅지.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 경기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막판 스퍼트에서 뒤처지면 공든 탑이 무너진다. 가장 힘든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 이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빙판 훈련에 앞서 강도 높은 지상 훈련을 실시한다.

뙤약볕 아래서 타이어 끌기, 도로 사이클 등으로 지구력과 함께 하체 근력를 단련했던 이유. 여름철에 길러놓은 강인한 체력은 빙판 기술 훈련의 밑거름이 된다. 혹독한 체력 훈련을 거쳤기에 남자는 물론 여자 국가대표들도 일반 여성의 허리 둘레와 비슷한 23인치 이상의 튼실한 허벅지를 자랑한다.

특히 사이클은 허벅지 근육 강화에 안성맞춤. 스케이팅과 사이클은 닮은 점이 많다. 허리를 구부리는 자세와 하체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은 똑같다.

사이클에서 페달을 밟을 때, 스케이팅에서 빙판을 가를 때 허벅지가 힘의 원동력이 된다. 심폐지구력이 요구된다는 점도 사이클과 스케이팅의 공통분모.

그래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과거 도로에서 페달을 밟는 훈련을 소화했었다. 하지만 야외, 도로 사이클은 부담스럽다. 국내 도로는 대부분 좁고, 또 차가 많이 오가 안전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씨에 따라 훈련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대한빙상협회는 지난해 6월 실내 사이클 훈련 장비 21대를 도입했다. 실내에서 안전하게,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허벅지 근력을 강화하고 심폐지구력을 기를 수 있기에 1대당 가격이 1000만 원에 이르는 장비를 대거 구입해 태릉선수촌 훈련장에 설치했다.

전용 실내 사이클 덕분에 국가대표들이 날씨나 도로 상황에 상관없이 사이클 훈련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훈련의 강도와 효과는 크게 높아졌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이 양산된 이유.

대표팀은 지난해 여름부터 실내 사이클로 하체 근력을 강화했다. 대표팀의 장비는 언덕과 평지 등 지형을 설정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갖췄다. 이로 인해 북악스카이웨이 등 실제 도로처럼 경사도를 조절할 수도 있어 훈련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야외 사이클 훈련은 안전 확보는 물론 선수단 통제도 쉽지 않다”며 “실내 사이클 훈련은 코칭스태프가 컴퓨터를 통해 속도, 거리 등 실내 사이클 훈련 상황을 모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선수들이 요령을 피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