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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우승 눈앞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합숙 없고 훈련뒤 ‘칼퇴근’
“자유를 주니 자유 지키려
더 열심히 운동… 간섭 NO!”
최고령감독 파격 운영 결실

프로배구 최고령 사령탑인 박기원(66·사진)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둔 지난해 4월 대한항공 사령탑을 맡았다. 그리고 ‘파격’적인 팀 운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에서 1위(24승 9패·승점 70)를 독주하고 있다. 2위 현대캐피탈(20승 12패·승점 59)에 승점 11 앞서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남은 4경기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대한항공이 남은 3경기 중 1승을 보태면 대한항공이 우승한다. 2010∼2011시즌에 이은 대한항공의 두 번째 정규리그 1위는 9분 능선을 넘었다.

박 감독은 40년 가량 차이 나는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허물없이 다가가 신뢰를 쌓았다. 박 감독은 먼저 ‘자유’를 선물했다. 프로배구 선수단은 일부 기혼자들을 제외하곤 합숙을 하며, 허락 없이는 외출·외박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박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합숙이란 개념을 없앴다. 기혼자, 미혼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훈련장소로 출퇴근하게 했다. 특히 ‘칼퇴근’을 강조했다. 그날의 훈련 일정이 끝나면 박 감독이 가장 먼저 퇴근, 코치와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훈련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박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기에 간섭할 필요가 없다”며 “자유를 주니 자유를 다시 뺏기기 싫어 더 열심히 운동한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외국인선수를 위한 통역 보직도 없앴다. 말이든 몸짓이든 용병과 토종이 매개체 없이 대화하란 뜻. 시즌에 앞서 국내선수들은 영어 공부에 열중했고, 지금은 슬로베니아 출신인 미차 가스파리니(33)와 친형제처럼 지낸다.

박 감독은 기술적으로 특정 선수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 가스파리니는 올 시즌 769득점으로 5위다. 득점 1∼4위가 모두 용병이고,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이 시즌 도중 용병을 교체했기에 가스파리니는 외국인선수 중 최하위인 셈. 대한항공은 김학민(471점), 진상헌(172점), 정지석(169점), 곽승석(143점), 신영수(122점) 등 토종 5명이 100점 이상 챙겨 가스파리니의 부담을 덜어줬다. 김학민이 공격 성공률(57.31%) 1위, 가스파리니가 서브(세트당 0.609개) 1위인 것을 제외하면, 대한항공은 개인 타이틀 선두가 없다. 전체 선수단이 역할 분담을 통해 고르게 활약했다는 뜻이다.

박 감독은 이미 챔피언결정전을 바라보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면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 박 감독은 “이미 챔피언결정전을 대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정규리그에서 우승하자마자 챔프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3일 한국전력을 꺾으면 정규리그 우승 축포를 쏘아 올린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