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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6일(月)
프로야구 35년과 ‘책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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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체육부장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머니볼’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다룬 작품이다. 피트가 연기한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은 선수 출신으로,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는 경제 원리를 야구단에 도입한다. 경험, 직관이 아닌 수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선수의 가치를 분석해 저평가된 선수를 발굴한다는 이야기다.

머니볼은 영화이기에 갈등이 기본적인 전개 요소 중 하나다. 빈 단장과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연기한 아트 하우 감독은 머니볼의 갈등 구조를 이끌어간다. 하우 감독은 “감독의 계약 기간이 1년이면 팀을 제대로 통솔할 수 없다”며 계약 기간 연장을 요청하지만, 빈 단장은 거부한다. 빈 단장은 머니볼 이론에 따라 영입한 1루수와 구원투수를 투입하라고 하우 감독에게 요구하지만 하우 감독은 거절한다. 하우 감독은 “팀을 구성하는 건 단장의 몫이지만, 선수 기용은 감독의 역할”이라고 주장하면서 ‘반격’한다. 그러자 빈 단장은 하우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주전들을 트레이드해버린다.

머니볼에 묘사됐듯이 메이저리그에선 단장(제너럴 매니저)이 감독(매니저)보다 상위 직책이고, 단장은 감독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단장이 구단 경영과 정책 추진, 그리고 선수단 구성 등을 책임지는 전문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프로스포츠는 다르다. 국내 프로스포츠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국내에서 프로스포츠단을 창단하고 운영하는 건 기업이고, 이에 따라 단장은 모기업의 임원이 맡는 게 일종의 관례다. 단장으로 파견된 뒤 2∼3년 잡음 없이 자리를 잘 보존하면, 더 좋은 모기업 내 보직을 보장받는 게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대개의 단장은 구단 운영에 깊게,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일부 종목에선 심지어 본사에서의 직책을 유지한 채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프로스포츠단의 단장직을 겸직하는 예도 있다. 프로야구, KBO리그에 부는 새바람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6개 팀의 단장이 선수 출신이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5명의 선수 출신이 단장으로 선임됐다. 프로야구는 모기업 임원에서 프런트 출신, 선수 출신 단장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선수 출신 단장이 프로야구의 대세로 자리 잡은 건 프런트와 선수단의 소통을 이끌어낼 적임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경기인 출신으로 프런트 행정을 경험했으니 프런트와 선수단을 모두 이해하고, 또 융화하는 데 적격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맏형인 프로야구가 단장직 전문화를 꾀하는 건 무척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다. 단장직 전문화, 즉 ‘책임 단장’ 등장은 감독과의 관계 재설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단장이 선수단 운영에 개입하는 걸 꺼려왔고 그래서 단장은 프런트, 선수단은 감독이 관리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책임 단장 체제에선 감독과의 업무 영역 다툼이 불가피하다. 벌써 마찰음이 들리는 구단도 있지만, 프로스포츠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다. 프로스포츠가 생긴 지 이제 35년째다. 진통이야 따르겠지만 단장직 전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jhlee@munhwa.com
e-mail 이준호 기자 / 체육부 / 부장 이준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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