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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7일(火)
노인 인권침해와 병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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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인간의 존엄, 나이 들수록 지키기가 점점 어려운 현실이다.

불혹(不惑)·지천명(知天命)을 거쳐 이순(耳順)에 이르는 동안 세상을 보는 지혜는 커져도 상당수 노년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청년 시절에는 젊음을 무기로, 중장년은 안정적인 돈벌이를 통해 그나마 유지해왔던 존엄은 노년이 될수록 위기다. 재력이라도 단단히 받쳐준다면 몰라도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2015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61.7%로 부동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노인고용률 37.9%는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린 불명예스러운 수치일 뿐이다. OECD 평균(13.4%)의 3배 가까이 된다. 소득 하위 20% 층에서는 80%가 질병에 시달린다. 65세 이상 노년의 유병률은 96%에 달한다.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치매까지 겹치면 더 큰 낭패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5년 65세 이상 노년층 가운데 9.8%이던 치매율은 2050년 15.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의 치매 관리비용은 2015년 12조2000억 원에서 2030년대 후반이면 국방비를 추월할 것으로 추산됐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때문에 노년층에 대한 부양능력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6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6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5기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이중 인구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자리·주거의 구조적 문제와 노후 보장제도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친다고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인구구조 역동성이 사라지면 성장잠재력이 하락하고 미래세대 부담이 커지며 지속 가능한 발전마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전면적인 시스템 개혁의 방향은 맞는 말이지만 방법론에서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고령 나이만 늦추고 가족지원체계를 정비하는 식의 시스템 정비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이 중에서도 정부가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최소한의 노인 인권 보장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노인요양병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권침해 사례는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주먹으로 때리거나 꼬집기, 장시간 신체보호대 사용, 입원실 안팎 입·출입 제한, 고함이나 윽박지르는 행위, 위협적인 행동, 욕설이나 상스러운 언어, 신체 노출 필요성 비고지, 환자의 사생활 발설, 가림막 없이 기저귀·의복 교체, 치료 목적 외에 환자에게 수면제·신경안정제 투약 등 듣기 민망할 정도로 인간의 존엄은 유린됐다. 신체·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사생활도 보장받지 못했다. 인권위는 “더구나 고문 및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취급으로부터의 자유도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늙었다고, 치매에 걸렸다고 초강력 약물투여로 해결하려는 발상도 무섭다. 병든 사회는 누구의 책임인가. 국가가 상당 정도 해야 할 일을 돈벌이를 우선하는 민간에 대폭 위탁함으로써 빚어진 탓도 있다. 민간에 맡겼으면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민간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을 건강하고 품위 있게 만드는 길은 중앙·지방정부, 민간, 가정의 3대 주체가 함께 가지 않고서는 해결이 요원하다.

jup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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