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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0일(金)
(1080) 52장 새질서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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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의 리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어.”

크램프가 다시 투덜거렸다.

“솔직히 세계 평화, 질서를 유지한답시고 1년에 쏟아붓는 돈이 얼마냐고? 몇 천억 달러야. 그 돈으로 미국에 실업자가 한 명도 없도록 만들 수가 있다고.”

앞에 앉은 안보수석 레빈스키와 국무장관 존슨은 눈만 껌뻑였다. 한두 번 듣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그렇게 떠벌렸는데 그때는 허황하게만 들렸다. 허점도 많아서 비판이 송곳처럼 쑤시고 들어왔다. 그런데 그 말이 유권자들에게는 먹힌 것이다. 유권자들은 단순한 해석을 좋아한다. 말이 길고 어려우면 대부분 거짓말이 섞여 있다는 것도 안다. 어깨를 부풀린 크램프가 말을 이었다.

“이번 회담에서부터 시작이야. 절대로 양보할 수 없어.”

내일부터 워싱턴에서 아시아태평양경협기구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는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일본의 아베와 대한민국의 서동수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각하, 대한민국 측이 이런 요청을 해왔습니다.”

크램프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존슨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뭐야, 이건?”

서류를 받아든 크램프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일 정상회담 직전에 정상들이 모여서 찍을 사진 배치도다. 주최국인 미국 측에서 미리 정상들의 위치를 배정해서 나눠주었기 때문에 각각 위치와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앞열 중심부 푸틴 옆쪽에 배치된 서동수의 자리가 화살표로 뒤쪽 캄보디아 수상 탁반동 옆으로 옮겨져 있다. 그때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뒷열 끝쪽으로 옮겨 달랍니다. 탁반동 옆이 아니라도 좋답니다. 동티모르 수상 옆도 괜찮답니다.”

“쇼하고 있네.”

크램프가 투덜거리다가 존슨을 보았다.

“얘가 왜 이래?”

“겸손해지겠다는 표시지요. 뻔한 수작이지만 효과는 있습니다.”

“얘 쇼맨십은 나하고 비슷하군.”

레빈스키와 존슨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지만 표정이 바뀌지는 않았다. 이윽고 크램프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주지.”

존슨과 레빈스키가 집무실을 나갔을 때 ‘국정자문관’이란 별정직을 맡고 있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들어섰다.

“각하.”

예의 바르게 부른 쿠슈너가 크램프 앞에 섰다. 크램프의 시선을 받은 쿠슈너가 말을 이었다.

“각하, 한랜드에서 크램프 타운 부지로 한시티 서북방에 3000만㎡를 무상임대해 주겠다는데요.”

“뭐야? 3000만㎡?”

“예, 지도를 보니까 앞쪽에 산맥이 가로지르고 옆쪽은 타이거 지대입니다. 비행장도 건설할 수 있겠습니다.”

“무상으로?”

“예, 무상입니다.”

“내가 대통령인데 그러면 안 되지.”

“이방카 이름으로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쪽은 개발지역이라 우리가 특전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하는 건데요, 뭐.”

“그렇긴 한데.”

“다른 업체들도 무상임대를 받습니다.”

“서동수 그놈도 장사꾼 출신이라 나하고 생각하는 것이 비슷해.”

눈을 가늘게 뜬 크램프가 말을 이었다.

“언론 조심해, 재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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