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이후>탄핵 때문에 밀린 숙제 843건… 憲裁, 비상체제 돌입

6년째 미해결 ‘병역법’ 등 시급
7人체제 심판결과 왜곡 우려도

헌법재판소가 약 3개월에 걸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하느라 적치됐던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13일 현재 헌재에 이미 접수됐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은 사건 수는 총 843건이다. 올해만 520건이 접수돼 400건이 각하됐지만, 120건이 더 추가됐다. 지난해 12월 말 공직선거법과 군인연금법 사건 등 총 78건을 서둘러 처리했지만, 그 이후에는 탄핵 심리에 몰두하기 위해 각하 처분한 사건 외에는 따로 심리한 사건이 없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때도 다른 사건을 거의 처리하지 못하면서 선고 이후 매일 철야 작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헌재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헌법소원 사건은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게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병역법 88조’ 헌법소원 사건이다. 2011년 12월 1일 접수돼 6년이 넘도록 해결이 안 된 사건으로, 심판 결론을 거의 앞둔 시점에 탄핵 심판이 접수돼 헌재가 선고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13일 퇴임하면서 14일부터 당분간 ‘7인 전원합의부’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심판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하므로, 7인 재판관 체제에서는 단 2명의 의견이 헌재 전체의 의견을 바꿀 수 있다. 후임인 이선애 지명자가 최대한 빨리 임명된다 하더라도, 새 재판관이 사건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