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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6일(木)
이 시대의 法家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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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한국인은 한비자 같은 법가(法家)보다 공자, 맹자 같은 유가(儒家)를 더 높게 친다. 사회의 본질을 규범보다 인간관계에 두는 것이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자를 계승한 맹자는 인(仁)을 의(義)로 확장해 어질고 의로운 정치를 주창했다. 의는 인을 사회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한비자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치의 기본으로 여겼다. 중국 춘추전국시대(BC 770∼BC 221년)를 통일로 이끈 것은 유가 아닌 법가 사상이었다.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왕, 후에 시황제(BC 259∼BC 210)가 된 진왕은 상앙, 이사, 한비자 같은 법가의 사상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실현하고 6국을 병합해 대제국을 건설했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13일 퇴임식에서 인용해 눈길을 끈 ‘한비자’의 한 구절이다. ‘유도(有度)’ 편에 나오는 이 구절은 ‘인의 도리는 처음에는 잠깐 동안 즐겁지만 뒤에 가서는 곤궁해진다(仁之爲道偸樂而後窮)’로 이어진다. 여기서 유도란 법도(度)가 있다(有)는 뜻이다.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는 이처럼 유가의 인의(仁義) 사상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비판했다. 춘추시대만 하더라도 제후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인의의 기치를 저버리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극도의 혼란과 약육강식, 급변하는 전국시대로 접어들자 이상적이고 윤리적인 인의를 버리고 강제력이 있는 법가의 사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법률가들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반대 판단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송두환 전 헌재 재판관은 검찰 공소장과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지난해 11월 22일 “만약 이것들이 탄핵 사유로 조금이라도 모자람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 헌법의 탄핵에 관한 규정은 사문화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김평우 변호사를 비롯해 대법관, 헌재 재판관, 대한변협회장 등을 지낸 원로 변호사 9명은 지난 2월 일간신문에 ‘탄핵심판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요지로 6개 항의 의견 광고를 냈다. 헌재는 원로의 의견을 일축했다.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한비자가 살아 있어서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를 본다면 인의보다 진정한 법치가 우선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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