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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7일(金)
거짓말 정치인을 ‘탄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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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커뮤니케이션학에 ‘법정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있다. ‘법정에서 법관, 소송당사자, 소송관계인 간의 의사소통 과정’을 캐는 학문이다. 여기에 성공적인 법정 소통의 조건은 이성적 설득과 감성적 공감대 형성이라고 돼 있다. 이를 잘해야 소송인이 법관을 움직여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법정 소통점수는 ‘낙제’다. 법정 소통만 잘 됐더라도 헌재 재판관의 전원일치 파면이라는 최악은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법정 불통을 부른 주범은 대리인단이다. 법정 모독 변론을 일삼은 김평우 변호사는 그 대표다. 그는 재판관을 향해 ‘청구인 수석 대리인’ 운운하며 그렇게 되면 “법관이 아니다”고 했다. 망언망동이다. 이중환 변호사도 ‘불륜’ ‘구역질 난다’는 등의 막장극 표현을 써가며 법정을 희화화했다. 한 지인이 혀를 차며 “재판관들이 얼마나 뿔났으면 그렇게 결정했을까” 하는 말이 귀를 잡는다.

그래도 만장일치 결정에 쐐기를 박은 건 박 전 대통령의 상습적 거짓말이다. 결정문이 그 근거다. “박 대통령 해명이 객관적 사실과 달라 진실성이 없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지키지 않는 등 신뢰 회복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국민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 국가 지도자의 거짓말도 탄핵 사유임을 포고한 명 결정문이다. 박영수 특검도 ‘위증 불감증’에 메스를 대며 이 지상명령에 힘을 보탰다.

딱하게도 박 전 대통령의 허언(虛言) 집착증은 요지부동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덮기 위해 외려 ‘진실·거짓말’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닌다. 민간인으로 돌아온 직후 대국민 일성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다. 그간 들통난 거짓말이 께름칙했던지 이마저도 한 추종자가 대신했다. 대통령 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거짓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라고 했다. 독한 거짓말쟁이다.

한국은 ‘거짓말 대국(大國)’이다. WHO(2013년 기준)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전체 범죄 대비 사기범죄율이 1위다. 과장 논란은 있지만 지난해 일본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저널엔 ‘나라 전체가 거짓말 학습장이다. 대통령 등 영향력 큰 지도층이 대담하게 거짓말을 한다 ’는 기사가 실렸다. 350여 년 전 조선에 머물던 네덜란드인 하멜의 표류기에도 이렇게 쓰여 있다. ‘조선인은 남을 속이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 오죽하면 한 검찰 고위직이 “검찰 업무의 70%가 위증·무고·사기죄를 처리하는 데 쓰인다”고 개탄했을까. 우리 사회에 ‘허언 균(菌)’이 득실대는 데는 거짓말에 관대한 국민성 탓이 크다. 거짓말을 해도 정상 참작을 해주고, 생존의 한 수단으로도 용인해주는 경향이 짙다. 법 집행도 느슨하니 권력층·지도층에겐 ‘치외법권’이다. ‘가짜 뉴스’ 범람도 그런 풍토의 산물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거짓말을 가장 잘하는 직업군은 정치인이다. ‘강물이 없는데도 다리를 놓겠다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영국 속담도 있다. 정치란 많은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행위인데 자원이 한정돼 있으니 그런 습성은 숙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인은 그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악성 거짓으로 국가 중대사의 발목을 잡는 게 다반사다. 이번 대선에서도 주자들은 ‘팥으로 메주 쑤겠다’는 식의 포퓰리즘 공약을 뿜어낸다. 상당수가 ‘99%’의 표심을 꾀는 ‘가짜’ 복지·일자리·소득 대책이다. 어쩌면 선거 기간이 최단인 이번에 역사상 최다 거짓말을 한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거짓말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파면했다. 그만큼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 엄격한 문화를 만들어야 할 책무도 무겁다. 국민은 이번 대선부터라도 뻔뻔하고 교묘하게 거짓말 잘하는 후보자를 가차없이 색출해 떨어뜨리자. 대통령이 된 이후 악의적인 ‘국민 기만’ 공약이 드러나면 반드시 문제 삼아 심판대에 세우자. 그래야 신뢰라는 사회 자본이 쌓여 저성장의 벽도 깰 수 있다.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다. 왕이 두 신하에게 명령했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걸, 너는 가장 악한 걸 찾아오라.’ 얼마 후 왕 앞에 선 두 신하의 답은 하나였다. 바로 ‘세 치 혀’. 대통령의 말 하나하나가 나라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대한민국을 흥하게 할 혀의 주인공은 누굴까. 바짝 세운 국민의 두 귀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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