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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1일(火)
한석규 “권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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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즌’서 감옥의 왕 한석규

“저는 연기자 한석규입니다.”

‘연기 9단’이라 불리는 그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배우(俳優)’라는 표현은 마다한다. “배우는 ‘배우 배’자에 ‘뛰어날 우’를 써요. 그리고 배는 ‘사람 인(人)’과 ‘아닐 비(非)’로 합쳐진 한자죠. 그럼 ‘사람이 아닌 짓거리를 뛰어나게 하는 사람’이 배우라는 의미 아닌가요? 아마도 신분, 계급적인 시선으로 만들어진 단어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연기자나 액터(actor)라고 말합니다.”

이렇듯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인물인 만큼 그는 작품 고르는 안목도 남다르다. 23일 개봉되는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 역시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배역이 좋아서’ ‘흥행이 될 것 같아서’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감옥 안에서도 제왕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익호(한석규·사진)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는지 좇아가는 것이 ‘프리즌’의 줄거리다.

“사극 ‘비밀의 문’으로는 영조와 정조, 즉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낭만닥터 김사부’ 때는 의사의 직업관을 말하려 했어요. 이처럼 ‘프리즌’은 인간과 권력을 이야기하죠.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 인간 문명사가 존재하는 한 이것이 끝이 날까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은 적이 있는데, 너무 거창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프리즌’을 통해 바로 그 답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한석규는 ‘배우 보는 맛’을 느끼게 하는 연기자다. 그가 출연한 작품의 흥행에는 등락이 있지만, 그의 연기력만큼은 항상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하지만 정작 한석규는 “연기 잘한다”는 식의 질문만 나오면 손사래부터 친다.

“(웃으며) 절대 아니에요. ‘고흐와 고갱 중에 누가 더 그림을 잘 그리냐’고 따지는 것처럼 연기는 ‘누가 더 잘하나’ 대결을 하는 게 아니죠. 예전에는 내가 연기하는 게 꼴 보기 싫었어요. 그래도 요즘은 좀 봐줄 만해요, 허허.”

‘프리즌’은 한석규의 이름을 건 23번째 작품이다. 그는 그동안 두 가지 갈래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왔다. 사랑과 희망 혹은 고통과 절망이 그 두 가지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접속’이 사랑과 희망이었다면, ‘초록 물고기’와 ‘베를린’ 그리고 신작 ‘프리즌’은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는 가능하다면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하려 노력한다.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은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가족과 죽음, 추상적인 그리움과 사랑을 모두 담았죠. 이런 소재가 과연 지금 시대라면 제작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전 아직 그런 작품을 기다려요. 저 욕심 많습니다. 연기자가 어떤 무대와 딱 인연이 맞았을 때 본인도 모르는 최고의 연기를 하듯, 저 역시 그렇게 몰입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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