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띄우고 헬기 전진배치… 산불진화 ‘입체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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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 “봄철 火魔 차단” 총력

이달 19일까지 산불 147건
20일 연속 건조 특보 ‘비상’

감시원 등 2만여명 취약지에
진화헬기 153대 24시간 대기
드론 47대 등 첨단장비 가동

100㏊ 이상 피해 규모 산불
3월말 ~ 4월중순에 집중 발생

“지난 주말 하루 20건이 넘는 산불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100여 대의 헬기에 출동을 지시하고 현장 인력에게 진화를 지휘하다 보면 입이 바짝 마릅니다.”

지난 23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15층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종합상황실. 최병암(산림청 산림보호국장) 상황실장 등 10여 명의 상황실 요원들이 모니터를 주시하며 24시간 주야로 전국의 산불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산불재난 주관기관인 산림청 공무원들에게 3월 말부터 4월 중순 사이는 대형 산불이 빈발하는 마(魔)의 계절이다. 최근 20년간 발생한 피해면적 100㏊ 이상의 대형 산불이 모두 이 시기에 집중 발생했기 때문이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잦은 데다 행락객 등 입산 인구가 급증하고 영농시기를 앞둔 농·산촌의 불법 소각행위도 극성을 부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5월 조기 대선이란 변수까지 더해졌다. 선거관리로 인해 일선 자치단체의 행정력도 산불 감시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올해 산불 발생 추세는 예사롭지 않다. 3월 1일부터 19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총 147건으로, 2002년 151건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행히 대형산불은 없었지만 지난해보다 213%, 최근 10년 평균 대비 155% 각각 증가했다. 20일 연속 전국에 건조특보가 내려졌고, 이달 전국 평균 강우량이 5.6㎜(20일 현재)로 지난해의 12%에 그치는 등 산림이 바짝 말라 있어 언제 대형 화마가 덮칠지 모르는 순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이틀간 42건의 산불이 발생한 직후 신원섭 산림청장은 산불 예방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산림청은 이에 따라 산불방지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예년보다 5일 빠른 지난 15일부터 4월 20일까지를 ‘봄철 대형산불방지 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부터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 단계에서 ‘경계’로 상향시켰다. 최 상황실장은 “3월 중순부터 4월 상순까지는 고온·건조한 날씨와 높새바람(영동지역) 등의 영향으로 대형산불 발생 위험이 큰 시기”라며 “대형산불 특별대책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산불 발생과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봄철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논·밭두렁 태우기 등의 소각행위와 입산자 실화를 막기 위해 산불감시원 1만1000명과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 1만 명 등 산불방지 인력 2만1000명이 취약지에 배치돼 계도 순찰과 불법 소각행위 단속에 나서고 있다. 드론 47대 등 첨단장비를 활용한 감시도 가동됐다. 이 기간 산림 주변 소각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주요 등산로 입산을 통제하며 등산로를 폐쇄했다. 산불 신고 접수 후 30분 이내에 진화 헬기가 현장에 도착하도록 하는 산불 진화 헬기 ‘골든 타임제’ 이행을 위해 산림 헬기 45대, 자치단체 임차 헬기 64대, 군·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 헬기 44대 등 총 153대의 진화 헬기가 권역별로 전진 배치됐다.

도시·야간·대형 산불의 신속한 초동 진화를 위해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200명도 언제든 출동이 가능한 상태다. 산불 가해자 신고 포상금제도 활성화해 가해자 검거율을 55% 수준까지 높이고, 산불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유사사례 재발을 막고 대국민 경각심을 높일 방침이다. 신 산림청장은 “2005년 양양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와 1000㏊의 산림이 불탄 사례에서 보듯이, 산불은 예방을 소홀히 하면 자칫 국가적인 재난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논·밭두렁 태우기나 각종 쓰레기 소각 금지 등을 철저히 준수하는 등 소중한 산림을 지키기 위한 산불예방에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거듭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