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슈틸리케 ‘無色 축구’…월드컵예선 韓·中戰 패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선수단 버스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사령탑 전술전략 부재

점유율축구 고집·無원칙 선발
A매치 無경험 허용준 투입 도박

경기후엔 ‘전술 잘못없다’ 강조
대한축구協 “경질은 아직…”
28일 시리아戰이 최대 고비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 원정으로 치러진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역대 전적에서 중국에 18승 12무 1패의 절대 우세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패배의 충격은 컸다. 한국은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조 2위(3승 1무 2패·승점 10)를 그대로 유지했다. 3위 우즈베키스탄(3승 3패·승점 9)이 4위 시리아(2승 2무 2패·승점 8)에 0-1로 졌기 때문. 하지만 승점 1차로 쫓기고 있기에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대표팀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점유율 축구 고집, 원칙 없는 선수 선발 및 기용, 그리고 색깔 없는 전술전략으로 인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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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점유율 축구를 지향한다. 공을 오래 소유하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논리. 축구 강국과 유럽리그는 여전히 점유율 축구를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점유율 축구가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과의 6차전에서 대표팀의 점유율은 64.3%. 하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공을 돌리기만 했을 뿐, 기회를 만들고 골을 넣는 결정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 및 기용에선 고집을 부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 자주 출장하는, 실전 감각을 지닌 선수를 대표로 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중국과의 6차전은 달랐다.

중국 슈퍼리그 소속 4명을 발탁했는데 대부분 올 시즌 벤치를 지켰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소속인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에게 출장 기회를 계속 보장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염기훈(수원 삼성), 이근호(강원 FC) 등 K리그 클래식(1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을 외면했다.

6차전에서 마지막 교체 카드로 허용준(전남 드래곤즈)을 선택하면서 추격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마지막 추격전을 펼치는 과정에 A매치 경험이 없는 허용준을 투입한 건 ‘도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전술적인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부임한 뒤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으로 무장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4-2-3-1을 유지했다. 지난해 9월 1일 열린 중국과의 1차전에서도, 0-1로 패했던 지난해 10월 11일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도 4-2-3-1이었다. 똑같은 패턴으로 나서기에 전력은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큰 틀은 유지하되 상대에 따른 맞춤형, 변형 전술전략이 필요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무색무취’에 비유되고 있다.

게다가 슈틸리케 감독은 신중하지 않은 발언으로 계속 구설에 오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6차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술과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지자 “중국이 스리톱으로 나왔다. 그 해법으로 포백이 아닌 어떤 전술로 맞섰어야 했는지 내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자신의 선택한 포메이션이 옳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겠지만, 경기에서 진 패장의 설명으론 부적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 원정에서 패한 뒤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다”며 공격수들을 탓했다가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은 24일 오전 귀국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된 것도 아닌데 감독 이야기는…”이라면서 경질설을 경계했다. 고비는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시리아와의 7차전이다.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다면 조 2위 자리를 내주는 건 물론 4위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