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未來는 없고 過去 판치는 불안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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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했다. 하지만 갑자기 치러진 대선에서 미래 비전이나 새로운 변화를 위한 국가 어젠다는 실종됐다. 오직 대연정, 적폐 청산, 박근혜 구속 등 정치 논리라는 함정에 빠져 미래 대한민국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내 경선에선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국가 어젠다 대결보다는 편 가르기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민에게 전망적 기대를 주고 미래 국가 지도자를 뽑아야 할 대선이 총선보다 못하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은 더 나은 미래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비전이 아니다.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봐야 비전이다. 비전이 없는 지도자는 공허하며 결코 미래를 혁신할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동서 냉전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산업화라는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불균형 성장 전략과 수출 주도 전략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 속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보화 정책을 통해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1930년대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기존의 작은 정부를 과감히 폐기하고 큰 정부를 토대로 뉴딜 정책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했다. 이들 모두 예리한 통찰력, 누구나 희구하는 미래 비전 등을 갖고 국민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 세상을 바꾼 변혁적 리더들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새 대통령이 아니라 이런 유형의 지도자다. 대선 후보들은 구체적이고, 정책 효과가 있으며, 실현 가능성이 있고, 재원 조달에 무리가 없고, 시간 계획이 포함된 스마트(SMART)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요소 하나 빠져서도 안 된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747’공약(연평균 7% 성장, 10년 뒤 1인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은 매우 구체성을 갖고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 이런 뜬구름 잡는 공약(空約)으로는 미래가 없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부통령이던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보다 약 54만 표를 더 많이 얻었지만 패배했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경쟁력이 입증된 고어의 재출마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출마를 포기했다. 자기가 출마해 다시 부시와 격돌하면 미래(未來)로 나아가야 할 대선이 과거(過去)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제 우리 대선도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막말, 네거티브 선동, 지역감정 조장과 같은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고(故) 박세일 교수는 ‘지도자의 길’이란 글에서 안민(安民)을 위한 경세(經世)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하셨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를 수양하고 국가가 나갈 큰 방향과 큰 비전을 세우고, 천하의 현명한 인재를 많이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란 집권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대선 후보에게 선거는 지도자의 덕목(德目)과 자질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또한, 과거가 아닌 미래로 향해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후보들은 통합(統合) 없이 미래 없고 수양(修養) 없이 경세 없다는 각오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