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골프장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바라보는 삶 사람은 서로 바라보면서 의지하며 살아야 하지만 요즘은 서로 등을 돌리고 있다. 앞으로 혼자 골프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혼술’ ‘혼밥’처럼 ‘혼골’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2014년 작. 김영화 화백

사람에겐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 맞는 것과 틀리는 것을 배워서일까.

많은 사람이 묻는다. “가본 골프장 중에 어느 곳이 가장 좋았어요?” “어느 골프장에 가보고 싶으세요?”라고. 그럴 때마다 참 난감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이는 철저하게 개인적 취향의 영역이기에 상대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 국내 골퍼 200명을 대상으로 국내 골프장 중 ‘가장 좋았던(아름다운) 곳이 어디냐’는 조사를 했다. 1위는 사우스케이프(경남 남해), 2위는 파인비치(전남 해남), 3위는 서원밸리(경기 파주)였다. 그 뒤로 제이드팰리스(강원 춘천), 제주 나인브릿지, 레인보우힐스(충북 음성), 트리니티(경기 여주), 크리스탈밸리(경기 가평), 안양(경기 군포), 우정힐스(충남 천안) 순이었다. ‘꼭 라운드하고 싶은 골프장이 어디냐’는 질문엔 1위가 사우스케이프, 2위가 안양, 3위가 파인비치였다. 그 뒤로 제주 나인브릿지, 제이드팰리스, 휘슬링락(경기 춘천), 서원밸리, 우정힐스, 남부(경기 용인), 제주 블랙스톤 순이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골프장을 보면 서비스, 코스, 시설 등에 대한 악평이 거의 없다. 많은 골퍼는 기회가 되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고 싶어 한다. ‘해외 골프장 중 어느 곳에 가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1위가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이었고 2위가 페블비치, 3위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였다.

한 골퍼는 죽기 전에 세계 100대 코스와 국내 500개 골프장을 다 돌아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프장에 맹목적으로 가지 말고 골프장 버킷리스트를 선정해 하나씩 하나씩 채워 나가는 게 어떨까. 그 기쁨은 배가될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모임은 매달 가장 가고 싶은 골프장을 투표로 가린다. 또 코스와 먹거리가 뛰어나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는 부부골프 모임도 있다. “골프가 아니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닐 여유가 있었을까요. 게다가 부부가 함께 다닌다는 건 행운이지요”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일전에 강원지역의 한 골프장 대표이사를 지낸 P 씨는 골프장 사장을 맡는 조건으로 “매달 2회 부부 라운드와 1년에 2회 해외 부부 라운드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부가 함께 국내외 베스트 골프장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그곳들을 다니는 것만큼 설레고 행복한 일은 없다”는 그의 설명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