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6.22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6일(木)
(1099) 53장 활기가 국력이다 - 12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오전 8시, 이재석이 매장으로 떠나고 나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이응호가 핸드폰의 벨소리를 듣는다. 탁자로 다가간 이응호가 핸드폰의 발신자를 보았다. 정연옥이다. 이재석이 은근히 말했던 이응호의 여자친구. 만난 지 1년이 넘어서 자식들까지 다 눈치를 채고 있다. 핸드폰을 귀에 붙인 이응호가 의자에 앉았다.

“응, 거긴 오전 7시겠구먼? 일찍 전화하네?”

“식사했어요?”

나이 든 사람은 여전히 밥 먹었느냐가 인사다. 식사 때가 아닌데도 물어보는 것은 전에 밥 챙겨 먹기가 어려웠던 시절의 후유증이다.

“응, 설거지하고 있어.”

“어이구, 거기까지 가서…….”

“누가 여기 호강하려고 왔나? 일하려고 온 거지.”

정연옥이 입을 다물었다. 이것이 정연옥의 장점이다. 58세, 정연옥도 4년 전에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혼자 산다. 이응호의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사는 정연옥을 소개해 주었는데 배려심이 많았고 경솔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인연이 많아지는 법이다. 만나지 않는다고 인연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산속에 혼자 살아도 숨을 쉬고 있는 한 인연이 생긴다. 이응호는 인연을 겁내면서도 바라는 입장이다. 정연옥에 대해서 그렇다. 그때 정연옥이 말했다.

“미주네가 다음 달에 원산으로 옮겨갈 것 같아요.”

미주는 정연옥의 큰딸이다. 미주가 옮겨간다는 것은 큰사위의 직장 때문이다. 정연옥이 말을 이었다.

“사위가 근대자동차 원산공장으로 승진 발령이 났거든요.”

“잘됐네. 원산이 좋지. 경치도 좋고…….”

“애들 학교가 걱정이지만 그냥 데리고 간다네요.”

“거긴 과외도 없고 애들이 더 좋아할 거야. 이제 새 세상이니까 새 교육을 받아야지.”

“미주가 원산으로 같이 가자는데…….”

그때 이응호가 마음을 굳혔다.

“여기로 오지 그래?”

정연옥은 숨만 쉬었고 이응호가 다시 말했다.

“나도 여기서 매장 하나를 운영하려고 해. 나하고 같이 일할까? 같이 살면서 말이야.”

“…….”

“일하면 월급도 줄 테니까.”

“나, 참.”

정연옥의 목소리에 웃음이 섞였다.

“같이 살자면서 돈을 준다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나이가 좀 많아서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괜찮다면…….”

“뭐가 미안해요?”

“아니, 글쎄.”

정연옥보다 14세 연상인 터라 아무래도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정연옥은 같이 사는 사람을 두 번이나 먼저 보내게 된다. 못할 노릇이다. 그때 정연옥이 말했다.

“여기서도 다 떠나요. 위쪽으로, 위쪽으로, 떠나는 인사가 많아졌어요.”

정연옥의 목소리에 활기가 느껴졌다.

“떠나는 인사는 서운해야 보통인데 다 밝아요. 들떠 있어요.”

“그려.”

정연옥의 분위기에 휩쓸린 이응호도 눈을 높여 뜨고 웃었다.

“나도 그렸응께.”

“나, 언제 갈까요?”

“언제든지”라고 했다가 이응호가 심호흡을 했다.

“내가 집 정리하고 바로 연락할게.”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많이 본 기사 ]
▶ “노래방 도우미 소문낼까”…협박에 삶 망가진 20대 여사원
▶ “노후에 자녀와 살면 빨리 늙고, 배우자와 살면…”
▶ 변종 노래방 ‘뮤비방’ 학교 주변서 성업
▶ 개그맨 김태호 군산 화재로 사망…뒤늦게 알려져
▶ “실손보험 들었죠?” 묻고 고가치료 강요… 度넘은 ‘환자 장..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혼자 고민하다가 뒤늦게 신고…경찰, 트라우마 고위험군 분류 보호 조치직장인 A(28·여)씨의 일상은 퇴근 후 ‘노래방 도우미’로 아르바이..
mark변종 노래방 ‘뮤비방’ 학교 주변서 성업
mark개그맨 김태호 군산 화재로 사망…뒤늦게 알려져
“노후에 자녀와 살면 빨리 늙고, 배우자와 살면…”
한국당 ‘쇄신의총’ 계파충돌…김성태 사퇴·김무성 ..
검사 출신 김재원 의원 “음주뺑소니 잘 봐주라 검찰..
line
special news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최율, 조재현 저격?
배우 조재현(53)이 또 한 번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최율(33)이 SNS에 남긴 글이 주목받고 있다.탤런..

line
“실손보험 들었죠?” 묻고 고가치료 강요… 度넘은..
文대통령 “한반도 대전환중…어두운 시간 뒤로하고..
檢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photo_news
제네시스·기아·현대 ‘톱3’ 싹쓸이 “사람이 개를..
photo_news
황교익-공지영, SNS 설전…‘이재명·김부선 스..
line
[김승호의 ‘운명’을 경영하라]
illust
행운의 마스코트? 재수 없는 물건?… 迷信 치부 말고 소유한 ..
[인터넷 유머]
mark맞는 말씀 mark새로운 연구
topnew_title
number 경찰, ‘성폭력 혐의’ 트로트 가수 신웅 기소의..
“약혼남 살해한 날 임신 알아” 기막힌 운명
‘출입문 막고 손님 몰릴 때 범행’…악랄한 군..
비디오 판독 VAR에도 ‘신의 손’은 있다?
女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신소정, 은퇴 선..
hot_photo
김성령,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심..
hot_photo
“역시 친절한 톰 아저씨” 톰 크루..
hot_photo
‘2018년 대형신인’ 민서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