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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6일(木)
(1099) 53장 활기가 국력이다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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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이재석이 매장으로 떠나고 나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이응호가 핸드폰의 벨소리를 듣는다. 탁자로 다가간 이응호가 핸드폰의 발신자를 보았다. 정연옥이다. 이재석이 은근히 말했던 이응호의 여자친구. 만난 지 1년이 넘어서 자식들까지 다 눈치를 채고 있다. 핸드폰을 귀에 붙인 이응호가 의자에 앉았다.

“응, 거긴 오전 7시겠구먼? 일찍 전화하네?”

“식사했어요?”

나이 든 사람은 여전히 밥 먹었느냐가 인사다. 식사 때가 아닌데도 물어보는 것은 전에 밥 챙겨 먹기가 어려웠던 시절의 후유증이다.

“응, 설거지하고 있어.”

“어이구, 거기까지 가서…….”

“누가 여기 호강하려고 왔나? 일하려고 온 거지.”

정연옥이 입을 다물었다. 이것이 정연옥의 장점이다. 58세, 정연옥도 4년 전에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혼자 산다. 이응호의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사는 정연옥을 소개해 주었는데 배려심이 많았고 경솔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인연이 많아지는 법이다. 만나지 않는다고 인연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산속에 혼자 살아도 숨을 쉬고 있는 한 인연이 생긴다. 이응호는 인연을 겁내면서도 바라는 입장이다. 정연옥에 대해서 그렇다. 그때 정연옥이 말했다.

“미주네가 다음 달에 원산으로 옮겨갈 것 같아요.”

미주는 정연옥의 큰딸이다. 미주가 옮겨간다는 것은 큰사위의 직장 때문이다. 정연옥이 말을 이었다.

“사위가 근대자동차 원산공장으로 승진 발령이 났거든요.”

“잘됐네. 원산이 좋지. 경치도 좋고…….”

“애들 학교가 걱정이지만 그냥 데리고 간다네요.”

“거긴 과외도 없고 애들이 더 좋아할 거야. 이제 새 세상이니까 새 교육을 받아야지.”

“미주가 원산으로 같이 가자는데…….”

그때 이응호가 마음을 굳혔다.

“여기로 오지 그래?”

정연옥은 숨만 쉬었고 이응호가 다시 말했다.

“나도 여기서 매장 하나를 운영하려고 해. 나하고 같이 일할까? 같이 살면서 말이야.”

“…….”

“일하면 월급도 줄 테니까.”

“나, 참.”

정연옥의 목소리에 웃음이 섞였다.

“같이 살자면서 돈을 준다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나이가 좀 많아서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괜찮다면…….”

“뭐가 미안해요?”

“아니, 글쎄.”

정연옥보다 14세 연상인 터라 아무래도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정연옥은 같이 사는 사람을 두 번이나 먼저 보내게 된다. 못할 노릇이다. 그때 정연옥이 말했다.

“여기서도 다 떠나요. 위쪽으로, 위쪽으로, 떠나는 인사가 많아졌어요.”

정연옥의 목소리에 활기가 느껴졌다.

“떠나는 인사는 서운해야 보통인데 다 밝아요. 들떠 있어요.”

“그려.”

정연옥의 분위기에 휩쓸린 이응호도 눈을 높여 뜨고 웃었다.

“나도 그렸응께.”

“나, 언제 갈까요?”

“언제든지”라고 했다가 이응호가 심호흡을 했다.

“내가 집 정리하고 바로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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