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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5일(水)
타이어 政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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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목선 양 겨드랑이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폐타이어/지상에서 밀려난 게 외려 자랑스럽다/하지만 여럿을 다치게 했던 기억을 뿌리치지 못하고/파도 속을 자맥질한다’(손택수, ‘바다를 질주하는 폐타이어’) 한때 빵빵하게 바람을 넣고 고무 타는 냄새 풍기며 질주했을 타이어는 바다에 와서 안전장치로 변신했다. 폐타이어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급커브길 가장자리에 반쯤 박혀 자동차 탈선을 막고, 가늘고 길게 잘린 밧줄이 되어 짐을 더 싣도록 묶어준다. 산업 쪽에선 보조연료로 쓰인다. 타이어는 은퇴 후에도 차와 인간에게 헌신한다.

타이어는 수만 개 자동차 부품 중 유일하게 노면과 만난다. 제 무게의 30배 넘는 차체를 짊어진 채 쉴 새 없이 달리고, 돌고, 멈춘다. 차에서 가장 수고하고 짐 진 역할이라 늘 고단하다. 타이어라는 명칭부터 ‘피곤하다(tired)’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다. 타이어는 엔진을 없앤 전기차, 운전대마저 사라질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꿋꿋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타이어의 천적이 펑크다. 공기 주입식의 태생적 약점이다. 그러나 펑크가 나도 시속 80㎞로 달릴 수 있는 런플랫(run-flat) 타이어가 나오면서 사고 공포는 줄었다. 보조타이어나 수리 장비를 싣고 다니는 불편도 덜게 됐다. 요즘에는 타이어에 구멍이 나면 스스로 봉합하는 제품, 아예 공기를 넣지 않는 타이어까지 나와 있다. 타이어 디자인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기술혁신은 역동적이다.

타이어가 난데없이 정쟁(政爭) 소재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이 지난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호남 돌풍을 “일종의 보조타이어 격으로 지지해준 것”이라고 하자, 안 후보 측이 ‘폐타이어’ ‘펑크 날 타이어’로 받아친 것이다. 그러나 보조타이어든, 폐타이어든 정치인이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건 거슬린다. 어느 시의 문법을 빌리자면 ‘타이어 함부로 얘기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헌신한 사람이었느냐’.

사막에선 차가 모래구덩이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 모래 입자가 너무 작아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다. 의외의 탈출구는 타이어 공기를 조금 빼는 것이다. 그래야 바퀴 표면이 넓어지고, 모래 위로 올라서게 된다.(스티브 도나휴,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과잉 상태의 공기를 빼고 몸을 낮출 때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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