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검찰총장 사퇴론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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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김수남 검찰총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구속했으니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자리를 지킨다는 건 도리가 아니다”며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검찰총장 사퇴론자들의 생각은 봉건 왕조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들은 검찰총장과 검찰권을 대통령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사유물로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한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고 검찰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이런 논리라면 탄핵에 찬성한 헌법재판관 중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은 모두 인용 결정 후 사퇴했어야 했다. 일각에서 불구속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수석비서관·장관·차관 등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청와대와 정부의 핵심 인사만 9명이 구속됐고,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영장청구는 불가피한 법적 절차라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다. 검찰총장은 임명권자와 의리를 지켜야 할 사사로운 자리가 아니라 법을 법대로 집행해야 하는 공적 기관이다. 검찰총장은 관련 법령에 따라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3명 이상을 추천하면 법무부 장관이 그중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그를 총장 후보로 지명하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검찰총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통령 의지만이 유일하게 관철되는 것도 아니며, 총장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법에 충성해야 한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하는 등 초기 대응은 지적받을 측면이 있지만, 이후에는 수사를 상당히 열심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총장이 법을 집행했다고 물러나야 한다는 건 비논리적이다. 이는 자리를 보전하려면 권력형 수사는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 우리 현실은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보유하고 있고, 간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을 통해 청와대가 행사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청법 12조에 규정된 검찰총장 2년 임기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또 지금은 법무부 장관 공석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은 ‘5·9 대통령선거’가 공명하게 이뤄지도록 법 집행을 관리해야 할 중책을 맡고 있다. 검찰총장이 물러나면 대통령 대행과 법무부 장관 대행에 이어 검찰총장마저 대검차장이 대행해야 하는 3중 대행체제가 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임기는 10년이다. 현 제임스 코미 국장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2023년 임기가 끝난다. 2021년 1월에 임기가 끝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오래 근무하게 된다. FBI는 지난 대선 기간 중 힐러리 클린턴 후보 이메일 사건을 수사했고, 최근에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과 러시아 정부와의 연계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FBI의 정치적 독립성은 국장의 임기제를 통해 담보되는 것이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