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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0일(月)
삼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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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대선 후보 진영이 세 글자로 ‘삼자성어(三字成語)’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긴 메시지에는 집중하지 않는 유권자들에게 세 글자로 된 강렬한 단어를 만들어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환경에 모든 말을 줄여서 말하는 젊은층의 취향과 맞물려 이런 단어들이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최근 선거판에는 ‘홍찍문’ ‘안찍박’ ‘유찍문’ ‘어대문’ ‘문슬림’ ‘안슬림’ ‘문모닝’ ‘안모닝’ 같은 말들이 유행이다. ‘홍찍문’ ‘유찍문’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찍으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는 뜻이다. 즉,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중도·보수 표심이 몰려 문 후보와 호각세를 이루고 있는데 홍·유 후보를 찍으면 안 후보로 갈 표가 줄어들어 결국 문 후보가 당선된다는 뜻이다. 안 후보 지지자들이 퍼뜨리고 있는 말이다. 반대로 ‘안찍박’은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자들이 쓰는 말로 안 후보를 찍으면 박지원 대표가 상왕(上王)이 된다는 뜻으로 박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를 이용하자는 의도다.

‘어대문’은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뜻으로 각 당의 경선이 치러지기 전에 많이 쓰였지만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쑥 들어가 버렸다. 대신 최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오전 회의에서 첫 시작이 각각 안 후보와 문 후보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비난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로 ‘문모닝’ ‘안모닝’ 경쟁이 치열하다. 아침에도 모자라 저녁에도 화력을 쏟아붓는다는 뜻에서 ‘문이브닝’ ‘안이브닝’도 등장했다.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문모닝’에 대해 민주당이 비판하자 “문애니타임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문슬림’ ‘안슬림’은 무슬림에 두 후보의 성을 붙인 것인데 양 진영이 서로 과격하다는 공격을 하면서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것이다.

단어 하나로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이런 전략이 유효할 수는 있지만 전형적인 선거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많다. 유례없이 보수 후보들이 모두 추락한 상황에서 야권의 두 후보 간 경쟁으로 선거 구도가 짜이다 보니 갈 곳을 잃은 보수층의 비토 정서를 이용해 표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나를 찍어 달라’는 캠페인은 오간 데 없고 누구를 찍으면 누가 된다는 식의 혐오 감정을 이용한 선거는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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