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식·의약 안전’>“저도수 술은 취하지 않는다” 는 잘못된 상식이 과음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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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식약처 추진 ‘주류안전관리대책’

소비패턴 따라 맞춤정보 제공
수제 ‘홈브루잉’소비자 위해
세척·소독 등 안전수칙 개발

업체마다 안전 관리인 지정
이물관리 가이드라인도 마련

‘알코올이 함유돼 있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 술(酒)이다. 알코올의 함유량은 술마다 제각각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주세법상으로는 ‘1도 이상의 음료’를 말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세시풍속과 관혼상제에는 항상 술을 곁들였으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와 같은 풍류를 즐길 때도 술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렇듯 음주에 대해 관대한 문화로 인해 현재도 많은 이들이 축하와 위로는 물론, 수많은 만남에서 술의 힘을 빌린다.

하지만 이러한 술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음주량이 많아지면 알코올성 간 질환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의 위험도 커지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와 술로 인한 공격성 강화로 가정폭력·강력범죄 발생 등 폐해가 적지 않다. 실제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음주 상태에서의 자살률은 39%가 넘으며, 성범죄 비율과 폭력범죄 비율도 각 30%를 훌쩍 넘고 있다. 과다음주로 인한 우울증 발생률은 51%에 달할 정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주류안전관리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 술 소비 패턴 정확히 파악, 맞춤형 정보 제공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를 통한 주류 섭취 안전정보를 제공한다. 예전과 달리 주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계층도 다양해지는 상황에 맞춰 정확한 실태 조사가 밑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알코올 함량이 적은 음료형 탄산주류와 과일이 함유되고 단맛이 강한 소주가 등장하는 등 주류 산업이 변화하면서 예전에 비해 젊은 층의 고위험 음주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로 혼자서 술 마시는 인구 역시 늘어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문제는 저도수의 술이라 해도 마시는 양에 비례해 알코올 섭취량이 증가하는데도, 알코올 함량이 낮은 주류는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음주 상식으로 인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올해부터는 정기적인 주류 소비 섭취 경향뿐만 아니라 계절적 요인과 송년회 등 특정일을 중심으로 한 주류 소비형태 변화를 조사해 소비자들에게 올바르고 안전한 주류 소비를 당부할 예정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이 수도권에 있는 한 담금주 제조업체 작업장을 찾아 보관시설과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아울러 수제 맥주·막걸리 등 ‘홈브루잉 소비자’를 위한 안전수칙도 개발해 보급한다. 홈브루잉은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맥주나 막걸리, 담금주 등 술을 담가 먹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인터넷 동호회 중심으로 많은 회원이 양조기술을 공유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취향에 맞는 술을 만들어 마시는 현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수제 맥주·탁주와 같은 발효주는 발효 온도·시간 관리, 용기의 세척·소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상발효가 일어나 맛이 이상한 저품질의 술을 얻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초오·만병초·백선피 등 일부 약초들은 독성이 있으므로 무분별하게 담가 마시면 건강을 크게 해칠 수도 있다.

식약처는 국민이 가정에서 술을 안전하게 담가 먹을 수 있도록 용기 세척·소독, 안전한 누룩·효모를 사용한 발효관리, 알코올 도수 간이 측정 방법 등을 수록한 안전수칙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안전한 음주 섭취를 권장하는 건전한 음주문화 캠페인도 수시로 시행하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알코올 정보를 적극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얼굴이나 피부가 빨갛게 변하는 것은 알코올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기능이 약한 체질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내용이다. 또 빈속에 술을 마시면 장 속에서 알코올 흡수는 빨라지고 반면에 알코올 분해능력은 낮아지므로 식사를 한 후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는 등의 건강정보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자율적인 주류 안전관리 환경 조성 = 식약처는 자율적인 ‘주류 안전 관리인’ 제도를 도입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주류업체 스스로 안전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에는 술의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주류 제조 관리사’ 제도가 있으나, 1999년 이후 더는 양성되고 있지 않아 이를 대체할 전문안전관리 인력 양성이 필요한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브루마스터’라 불리는 주류제조 전문가들이 술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있어, 이들을 통해 위스키·와인·맥주 등 고품질의 주류가 생산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식약처는 기업체 스스로 안전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주류 제조 전공자나 1년 이상 품질·위생관리 경험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하고 ‘자율 주류 안전 관리인’으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자율 주류 안전 관리인은 주요 제조공정과 품질관리를 직접 세밀하게 이행하고, 정기적인 자가 위생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찾아 해결하는 예방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약 2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자율 주류 안전 관리인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매년 양조 분야 전문교수 등을 초빙해 주류 품질 이상 원인 및 방지 방법 등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도 할 예정이다.

자율안전관리시스템도 구축한다. 소주·맥주는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공병을 회수해 세척한 후 재사용하고 있지만, 회수 당시 공병에 담배꽁초·이쑤시개 등 각종 이물질이 들어 있는 경우 제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막걸리와 같은 술은 발효 과정에서 초파리 등 해충이 몰려들어 혼입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시설 밀폐 등 방충·방서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각종 이물이 들어갈 개연성이 적지 않다.

식약처는 주류업체의 효과적인 이물 제어를 위해 주류 종류별로 이물 발생 가능성을 분석해 예방 및 관리 방법 등 ‘이물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작·보급할 방침이다. 국내 성인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맥주에 대해서는 향 등의 질 관리를 위해 불량 맥아 사용, 효모 비정상 대사 등을 방지하기 위한 ‘맥주 자율 이취 관리 가이드라인’도 개발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주류업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전체 주류업체의 위생관리 수준을 자율·일반·중점관리 3등급으로 분류해서 차등 관리하고, 부적합한 업체는 중점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