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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9일(水)
윤식당, 휴양지·식당 ·‘국뽕’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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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가 또 터뜨렸다. 이번엔 케이블채널 tvN 금요예능 ‘윤식당’이다. 1회 시청률 6.2%로 출발해서 4회엔 평균 11.2%, 순간 최고 14.7%까지 찍었다. 지상파까지 포함해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KBS ‘1박2일’을 ‘국민예능’으로 만든 후 tvN으로 이적한 그는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tvN의 대들보가 됐다. 직전에 발표했던 ‘신혼일기’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혹시 나 PD의 상승세가 꺾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왔었다. 그래서 이번 ‘윤식당’이 더 관심을 모았는데 뚜껑을 연 결과 홈런이다. 나영석 신화는 꺼지지 않았다.

나 PD 작품의 특징은 기획안이 발표될 때마다 ‘지겹다’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점이다. 항상 비슷한 설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서울을 떠나 어딘가 먼 곳으로 가서 구경을 하거나 밥을 지어먹는다는 설정이다. 그래도 막상 방송이 시작되면 여지없이 시청률이 폭발했기 때문에 ‘나영석의 마법’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성적으로는 우려먹고 또 우려먹는 ‘사골 아이템’이어서 지겹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감성적으로 빠져든다. 그래서 마법이다. 일반적인 예능의 재미가 없다는 것이 나 PD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다. 게임도 미션도 없이, 그저 풍경 속에서 밥하고 먹고 구경하는 출연자들을 보여줄 뿐이다. 재미가 없는데 사람들이 빨려드는 것도 마법이다.

나 PD의 작품은 느리다. 행여 루저로 전락할까 정신없이 달려야 하는 대도시의 리듬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원래도 한강의 기적을 이룰 만큼 속도전을 펼쳐온 우리였는데, 외환위기 이후엔 더 박차를 가해야 했다. 무한경쟁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자기계발 서적들이 가르치는 대로 정신없이 달렸다. 이젠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탈진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오고 공황장애 같이 생소했던 단어가 일상어로 느껴질 만큼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

사람들은 휴식을 원하게 됐다. 죽느냐 사느냐의 전장인 대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나 PD의 작품들은 바로 이런 시대상황에 어울렸다. 나 PD의 마법이 펼쳐지는 금요일 밤 시간대도 절묘하다. 한 주일간의 전쟁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는 시점. ‘불금’을 즐길 힘도 없어서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퍼져 있고만 싶은 바로 그 시점에 느림과 휴식의 예능이 찾아온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윤식당’은 밥을 판다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코드를 장착했다. 인도네시아 휴양지에서 불고기 식당을 연다는 설정이다. ‘다 그만두고 어디 조용한 곳에서 식당이나 하며 여유 있게 살아볼까’ 하는 사람들. 해외 휴양지의 이국적이고 한가로운 분위기 속에 녹아들고픈 사람들. 그런 대중의 마음을 영상으로 풀어주는 기획이다.

또 하나, ‘국뽕’ 조미료가 첨가됐다. 일종의 애국심 코드다. 우리는 외국인들의 시선에 관심이 아주 많다. 해외 휴양지에 식당을 낸 것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대부분 서양인들이다. 그들이 불고기와 한국식 라면을 먹으면서 한국 음식에 대해 감탄하는 것은 한국인의 관심을 고조시킬 만한 사건이었다. 작품은 그들의 대화를 자세히 전해줬고, 서양인들이 라면을 흡입하는 장면에서 최고 시청률이 찍혔다. 힐링 마법, 휴양지 식당 로망, ‘국뽕’ 조미료라는 3단 연타에 초반 시청률이 폭발한 것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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