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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1일(金)
TV토론보다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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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대선후보들이 TV토론을 할 때 얼마나 자주 눈을 깜빡이는지 보라는 얘기가 있다. 사람들은 기분이 언짢아지면 산소와 영양을 더 공급하기 위해 눈을 더 깜빡거리는 습성이 있는데 눈 깜빡거리는 횟수가 많으면 패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긴다는 속설이다.

조지프 테세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1980년 이후 대선 토론회를 분석한 결과 2000년 조지 W 부시를 제외하곤 모두 눈을 덜 깜빡인 후보가 승리했다고 한다. 2008년 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가 맞붙었을 때 1분당 매케인은 104차례, 오바마는 62차례 눈을 깜빡였다고 한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88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TV토론에서 평상시에는 1분에 67번 눈을 깜빡이는데 자신이 불리한 주제인 낙태 문제가 나오자 89번으로 횟수가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눈이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3일에 이어 19일 두 번째로 열린 TV토론의 승자는 누구일까. TV 화면으로는 눈 깜빡임을 제대로 볼 수 없어 확인할 수 없지만 자신감 있는 후보에게 득이 됐을 것이다. 19일 열린 KBS 토론의 경우 생방송으로 처음 진행되고 의자도 자료도 없이 스탠딩으로 진행되면서 시청률이 26.4%를 기록할 정도로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TV토론이 처음 도입됐던 15대 대선 때 전 방송사가 모두 생중계를 해서 30%대 시청률이 나온 이후 인기가 점차 떨어진 것에 비춰 엄청난 관심이다. 조기 대선에다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없는 탓에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된 결과다. 이 정도의 관심이라면 앞으로 남은 4차례 TV토론의 결과가 대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TV토론은 말을 잘한다고 해서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TV토론에서 내용으로는 닉슨이 앞섰지만 결과는 케네디의 승리였다. 닉슨은 경험과 논리에서는 케네디보다 나았지만 카메라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에서 호감도가 떨어졌다. 반면 젊고 구릿빛 피부에 여유로운 미소로 대응한 케네디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똑똑하고 말 잘하는 힐러리보다는 막말에 비호감 태도이지만 공격적인 트럼프의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화술이 백인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우리도 공격적인 후보가 호평을 받는 것 같지만 결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2012년 대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로부터 공격을 받은 박근혜 후보가 결국은 유권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만약 토론 내용으로만 본다면 1, 2차 토론에서 호평을 받은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야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실제 TV토론이 지지율에 3∼6% 정도 변화를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초박빙 승부가 난다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 정도의 변화가 당락을 바꿔 놓을 수 있다.

1차 토론 이후 네티즌들은 문 후보는 ‘목사님’, 안 후보는 ‘화난 전교 1등’,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낮술 한 시골노인’, 유 후보는 ‘교수님’, 심 후보는 ‘운동권 언니’라는 평가를 올렸다. 두 번의 토론을 지켜보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 후보는 안정감과 반듯함은 있지만,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엉뚱하게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질문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적폐’ ‘사드’ 등 민감한 쟁점은 짜증 나는 듯한 표정으로 답변을 피해 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유 후보의 질문에 문 후보는 “대통령이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회피했다. 북한이 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보수층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이 공존하고 있듯이 북한은 반국가단체이자 대화의 상대라는 이중적 지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1차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답변이 총론과 기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원론만 짧게 답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해 보인다. TV토론도 결국은 진정성이 관건이다. 아무리 말이 번지르르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유권자는 귀신같이 눈치챈다. ‘바보야! 문제는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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