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V토론 衆口難防 막기 위한 근본적 개선 서둘러야

대선 후보 ‘5자 TV 토론’의 수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것으로는 제19대 대선 첫 번째였던 23일 토론회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이었다.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SBS 주최 토론회와 19일 KBS 주최 토론회도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후진한 것이다.

주제에 대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토론하긴커녕 후보 각자 하고 싶은 말만 계속한 행태가 대표적인 예다. 사회자가 “외교 안보 및 대북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라고 거듭 일깨웠으나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한동안 ‘안 후보에 대한 문 후보 측의 네거티브 문건’ 공방 등을 이어갔다. 문재인·홍준표 후보 또한 주제와 동떨어진 ‘성완종 게이트 연루’ ‘성완종 사면 이유’를 두고 말싸움을 벌였다.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알 길이 없다”며 문·안 후보를 비판한 홍 후보도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동문서답하거나, 질문받은 후보의 답변 전에 다른 후보가 끼어드는 토론 방해도 빈번했다. 시간의 기계적 균등 배분으로, 정작 지지율 상위 후보 사이의 직접 토론은 하다가 마는 식인 기현상도 나타났다. 유력 후보만의 토론회 추가는 물론,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현행 중앙선관위 주최 토론회의 지속 여부부터 사회자 권한을 극도로 제한하는 현재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면 재검토해 근본적 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