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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8일(金)
飛行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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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1924년 6월 잡지 ‘개벽’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 ‘운수 좋은 날’은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서울 동소문 안의 인력거꾼 김 첨지의 얘기가 실화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는 요새로 치면 개인택시 운전기사다. 택시와 다른 점은, 인력거에 타고서 운전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엔진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맨손으로 인력거 채를 잡고 두 발로 땅을 밟고 내달려야 몇 푼 수입이라도 올릴 수 있다. 인력거에는 브레이크도 액셀러레이터도 없으니, 그의 몸이 단속기요 가속기다. 게다가 요금 미터기 역할도 해야 한다. 표정 연기를 곁들인 그의 입심은 곧 태코미터다. 그리고 승객을 찾고 지름길을 고르는 그의 눈과 귀와 직관은 인간 내비게이션이다.

김 첨지가 인력거 영업을 하던 1924년으로부터 4년 뒤, 서울에 택시가 들어왔다. 처음 3년 동안은 서울 시내를 한 바퀴 도는 데 3원으로, 균일 요금이었다. ‘그날’ 김 첨지는 운 좋게도 동광학교 앞에서 남대문 정거장까지 1원 50전에 학생 승객 1명을 태웠다지만, 평소엔 하루 단돈 몇십 전 벌기도 어려웠다. 당시 쌀 한 가마 값이 6원쯤 했다니, 택시 요금의 무게가 느껴진다. 김 첨지 얘기가 장안에 회자될 즈음 택시들이 바람을 가르며 서울 시내를 오가기 시작했다. 그 첫 모습은 보잘것없었지만, 차차 요금 계산기에 히터와 에어컨과 오디오 세트를 갖추었다. 최근에는 좌석 열선 시트에다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등 각종 전기·전자 장비로 무장했다. 동력은 인력에서 엔진으로 바뀌었고, 그 에너지도 전기-경유·휘발유-LPG-하이브리드로 변하는 추세다.

지난 24일 미국에서 시험비행 동영상이 공개된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 카)는 택시의 운행 공간이 무한 확장될 것임을 시사한다. 또, 오는 2020년부터는 수직이착륙(VTOL) 비행 택시를 시승할 수 있을 것이란 뉴스도 있었다. 비행기 택시 아닌 하늘을 나는 자동차 택시, 곧 ‘비행(飛行) 택시’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택시의 업역이 육상·수상에 이어 공중으로까지 넓어지는 것이다. 택시는, 요금 측정기가 달려 있는 자동차 ‘택시캡’(taxicab)을 줄인 외래어다. 앞으로 ‘땅 위를 움직이도록’ 만들었다는 승용차·자동차 같은 택시 관련 용어의 풀이도 바뀔 것이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하는 4차 산업혁명은 국어사전의 풀이도 판올림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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