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外風에 밀려 지주회사 전환 포기한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삼성전자는 “사업 역량을 분산시키고 오히려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 지분의 13.3%, 시가로 45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 보유분과 올해 추가 매입할 9조 원 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향후 지주회사 전환이 재론될 여지까지 원천 차단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뒷받침할 안전판을 포기한다는 의미도 된다.

예상을 넘은 초강수를 두고 오너 지분 강화라는 일각의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키면서 경영실적으로만 주주들에게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갖은 규제와 정치 리스크, 반(反)기업정서 등 외풍(外風)에 가로막힌 측면이 더 크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 분할 등을 요구한 직후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입장을 내놓았고, 정부도 순환출자 해소와 함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삼성생명 등 금융사가 ‘5% 신주 취득’ 규제 조항에 걸린다. 이 고비를 넘더라도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신주 배정 금지,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 지주회사 신(新)규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10여 일 앞이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삼성의 선택은 당장 주주친화적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어도 순환출자 해소 등 기업구조 선진화엔 도움이 되지 않는 고육책이다. 기존 주주에겐 득이 되겠지만, 신사업·연구개발(R&D) 등 미래 투자 기회를 저버리면서 기업의 중장기 성장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첩첩 규제와 정치 상황, 사회 분위기에 떠밀리듯 이뤄진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대선 후보들이 법인세 증세 등 반기업·반시장 공약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성장과 일자리는 누가 책임질 건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