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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0일(水)
어린이날과 대통령선거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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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전인 7일 딸을 데리고 부모님을 뵈러 다녀왔습니다. 마주 앉은 부자(父子)는 각각 딸, 손녀를 사이에 두고 웃었죠. 아버지는 5일에 대해 물었습니다. “어린이날에 어디 다녀왔어?”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딸아이는 부엌에 있는 할머니에게 쪼르르 달려가 버리곤 합니다. 그 빈 곳을 채우는 것은 무거운 침묵, 그리고 가끔의 정치토크였습니다. 아버지는 9일 선거에 대해 물었습니다. “투표할 거지? ○○○이 그나마 낫더라.”

저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본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어버이날에 대한 대화는 전혀 나누지 않았죠.(대다수가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면 자기합리화일까요?) 부모님들은 말합니다. “찾아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대다수의 자식은 “식사라도 한 끼 하세요”라며 얇은 봉투를 내밉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았죠.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해봤습니다. ‘저 봉투의 두께가 좀 더 두꺼우면 내 맘이 좀 더 좋을까’ 하고 말이죠.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TV를 켰습니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나오더군요. 출연자인 방송인 이휘재가 ‘가요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어버이날이라고 별걸 다 하네.’ 솔직히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죠. 치매를 앓고 있는 그의 아버지가 유일하게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가요무대’였습니다. 그래서 이휘재는 쌍둥이 아들과 함께 ‘가요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녹화한 후 아버지에게 보여드렸죠. 정작 아버지는 아들과 손자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못 알아보겠냐” “노래는 좋냐”는 이휘재의 물음에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돌아왔습니다. 그런 아버지 곁에서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는 이휘재의 모습은, 여느 때와 같은 하루처럼 어버이날을 흘려보낸 후 뒤늦게 후회하는 우리의 모습 아니었을까요?

이휘재 부자의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는 기사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저도 보는 내내 뜨거운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죠. 내 곁에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는 부모가 있다는 것은 망각한 채, 타인의 슬픔에 쉽게 동요하는 내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5월에는 근로자의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의 기념일이 포함돼 있죠. 올해는 ‘장미 대선’이 치러지며 5월이 더 바빴습니다. 잦은 휴일과 연휴 속에서 유독 어버이날이 설 자리가 좁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관련된 기사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휘재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는 댓글을 달 시간에 부모님께 문자 하나 더 보내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못하는 건 저만의 고민은 아닐 겁니다.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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