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문건 재조사’ 법조계 의문… ① 실체 규명할 문건 靑에 있을까

② 전·현직, 대면조사에 응할까
③ 착수가 목적인 ‘보여주기’式?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검찰이 정윤회 사건을 모두 덮었다”라며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말만 있고, 되는 것 없는 ‘맹탕 조사’가 될 수 있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법학자 출신의 조 수석이 정윤회 사건에 대한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정과 의심에 따라 정윤회 사건 성격을 성급하게 규정한 ‘실책’을 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5일 법조계에서는 만약, 민정수석실의 재조사 결과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설만한 새로운 ‘팩트’가 없으면, 심각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조사 착수 자체가 목적인 전형적인 ‘보여주기 조사’로 현 검찰을 길들이기 위한 고도의 ‘정치 행위’ 아니냐는 의구심에 근거한 비판이다.

향후 재조사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대략 3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사건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문건이 청와대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전 정부의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이 사건을 뭉갠 것이 사실이라면, 민정수석실은 이 사건이 불거진 2014년 11월 28일 이후 관련된 문건을 조직적으로 파쇄했을 공산이 크다. 또 이 사건과 관련된 각종 보고 문건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열람이 불가능할 수 있다. 검찰은 “‘정윤회 동향 문건’ 중 최순실의 구체적인 비리나 국정개입에 관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며 조 수석이 주장하는 사건 실체 자체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 수석이 참으로 가벼운 발언을 했다”며 “정권 초기라도, 신중하게 발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은 또 문건조사와 함께 청와대에 파견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밑에서 일했던 검사·국정원 직원·경찰관 등에 대한 대면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민정수석실의 조사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이들의 윗선이자 사건의 핵심인물인 우 전 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함께 민정수석실은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며 수사 의뢰를 할 것으로 보이나 고발장에 새로운 범죄 정황이 없다면, 검찰은 재조사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새 범죄 혐의가 없는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재수사에 나서면, 그야말로 ‘정치 검찰’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경락 경위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재조사에 나섰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