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무슬림’ 180도 뒤집은 트럼프… 對중동정책 ‘리셋’

취임후 첫 순방지 사우디서
“테러 조직에 함께 대항하자”
중동국들과 협력·연대 강조

‘급진 이슬람…’표현 안쓰고
인권에 대해서도 언급 안해
경제적인 이득에 초점 맞춰

무슬림 비하 발언을 일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중동국가들과의 협력·연대를 강조, 기존의 반 무슬림 정책에서 180도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은 선과 악의 싸움”이라면서 테러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수차례 언급한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 표현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對)중동정책 ‘리셋’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와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대테러전은 다른 믿음이나 종파, 문명 간 싸움이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죄 없는 무슬림과 여성·유대인·기독교도를 죽이고 핍박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조직에 함께 맞서자”고 말했다. 이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일반 무슬림을 구분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보여줬던 ‘무슬림=테러리스트’ 인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무슬림 국가의 인권 문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밝힌 이후 관련 연설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이슬람권의 민주주의·인권 문제가 앞으로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이슬람에 대한 공격적 발언 수위도 낮아졌다”고 평가했고,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문제에 침묵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주의·인권 등 미국이 강조해온 가치보다는 경제적 이득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중동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레인·카타르·이집트·쿠웨이트 정상과 회담을 하면서 친밀한 관계 형성에 나선 상태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무슬림 국가를 중심으로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 관련 발언이 부드러워졌으며, 이는 중동국가들과의 관계 재설정(리셋)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방문, 중동평화 중재에 나선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예루살렘에 위치한 유대교 성지 ‘통곡의 벽’을 찾을 예정이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