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의자에 ‘가입政黨’ 질문… 警, 사건 무관 신문 관행 없앤다

수사준칙 등 규정에도 없는데
혈액형 등 물어 피의자들 불만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사건의 성격과 관계없이 “가입한 정당이 있습니까” “혈액형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던 관행이 없어지게 됐다. 경찰청은 최근 조사를 받은 피의자들로부터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법률적 검토를 거쳐 일선 경찰서에 개선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경찰청 훈령 제774호 범죄수사규칙’ 제68조와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20조는 피의자의 이름, 나이, 주거지를 비롯해 환경, 교육, 경력, 가족 관계, 재산과 생활 정도, 종교 등 21개 사항에 대해 유의하며 수사하도록 하고 있을 뿐 ‘정당가입 여부’나 ‘혈액형’ 등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신문사항에 대한 형사소송법 242조에 따라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범죄사실과 범죄의 구체적 책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필요사항’을 신문하게 명시돼 있지만, 정당 가입 여부 등은 필요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예전에는 ‘사법경찰관 집무규칙’의 피의자신문조서 서식에 ‘정당·사회단체가입’ 항목이 있었으나 이는 1997년 1월 폐지됐다. 현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조사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에 가입해 있는지 물을 이유가 없는 것. 이에 경찰청은 최근 ‘피의자 신문 시 정당가입 조사 가능 여부 검토’ 공문을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내 ‘정당가입 여부와 혈액형 등 개인정보에 관한 일부 내용은 피의자 조사 시 유의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범죄의 실체적 진실 판단과 정상 참작에 직결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선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법률적 검토가 이뤄진 것”이라며 “특히 가입정당·혈액형뿐 아니라 아직 수사규칙 등에 적시돼 있는 질문 항목 중에서도 종교 같은 개인정보는 사건과 연관성이 없다면 묻지 않는 쪽으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