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1%대 저금리 시대에 高利… 증권사, 신용융자 ‘돈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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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매년 떨어져 1.25%인데
이자 최대 年11.8% 요지부동
개미투자자만 高利 피해 겪어

이자율 산정도 ‘깜깜이 계산’
금리 2배差에도 정부는 팔짱

주가 급락 땐 동의 없이 처분
증권사 대출금 손해 안보는데
위험에 비해 이자율 높게 유지

국내 증권사들이 수년 전 산정한 이자율 그대로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투자 대금을 빌려주며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증권사별 이자율 차이가 두 배 이상으로 나는 등 업계 자율에 맡긴 ‘깜깜이 이자율 산정 방식’이 고수익에 눈먼 투자자를 키우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대출 행태를 집중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흥국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는 지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 투자 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부국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케이프투자증권, 한양증권 등 4개 증권사도 2012년 이후 이자율을 새로 산정하지 않았다. 5∼6년째 같은 이자율로 고객에게 대출해 주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공시한 32개 증권사 중 최근 1년간 이자율을 조정한 증권사는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8개사가 유일하다. 증권사 4곳 중 3곳은 1년 넘게 이자율을 손보지 않은 것이다.

2011년 6월 3.2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매년 하락해 현재 1.25%까지 2%포인트 떨어진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꿈쩍하지 않고 수년째 같은 이자율로 대출 장사를 해온 셈이다.

증권사별 이자율도 천차만별이다. 이자율 적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출 기간마다 다른 이자율을 적용하는 ‘체차법’과 최종 환급 시점 이자율을 대출액 전체에 적용하는 ‘소급법’이다. 주식이 담보되기 때문에 개인 신용등급별 이자율 차이는 없다. 대출 기간 1∼15일 기준 연 5.0%부터 연 11.8%까지 차이가 커 평균이 큰 의미가 없다.

문화일보가 금융투자협회에 의뢰해 각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과 계산법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증권사 간 금리 차이는 두 배 이상을 보였다.

예컨대 교보증권에서 1000만 원을 30일간 빌려 주식에 투자할 경우,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4만1096원이다. 반면 키움증권에서 빌릴 경우 이자 부담은 8만8767원으로 교보증권의 2.16배 높다. 같은 조건에서 전체 증권사 평균 이자액은 6만1515원으로 나타났다.

대출 기간을 60일로 가정 시, KTB투자증권이 17만6712원으로 이자 부담이 가장 컸고, 교보증권이 8만2192원으로 가장 낮았다. 전체 증권사 평균은 13만2791원이다.

대출 기간을 90일로 확대할 경우 최저(교보증권 12만7397원)와 최대(이베스트투자증권 28만3562원) 간 격차는 2.23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3일 기준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는 7조6028억 원으로 지난해 말(6조7738억 원)보다 12.24%(8290억 원) 증가했다. 2011년 말(4조4411억 원)과 비교하면 71.19%(3조1617억 원)나 불어났다. 특히 최근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돌파하며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투자심리 회복으로 빚을 내 주식에 손을 대는 개인투자자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신용거래융자 시장 규모 증가에도 증권사의 이자율 산정 방식은 철저히 깜깜이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개 대출 기간이 늘어날수록 이자율도 높아지는데, 키움증권의 경우 오히려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율이 낮아지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키움증권 관계자는 “내부 산정 방식에 따라 이자율을 결정했다”며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율이 역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영업비밀’을 이유로 설명하지 않았다.

문제는 증권사의 이 같은 깜깜이 이자율 산정 방식을 관리·감독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규정 제4-31조(신용공여 한도 및 보고 등)를 보면 투자자별 신용공여 한도(대출 금액)와 신용공여 기간(대출 기간), 이자율 및 연체이자율 등은 증권사가 스스로 정하게 돼 있다. 이자율을 변경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보고만 하면 된다. 업계 간 가격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 자율에만 맡겨둔 것이다. 증권사 마음대로 이자율을 정할 수 있다 보니 굳이 과거 이자율을 손볼 이유도 없는 셈이다.

리스크(위험)에 비해 이자율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신용거래융자로 매입한 주식의 가치가 일정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행사한다. 그만큼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은 낮다.

금감원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업계 자율에 맡긴다는 기조는 변함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년째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바뀌지 않는 등 증권사 이자율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증권사별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 체계를 업계 자율에 맡긴다는 큰 틀 안에서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