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셀프주사 의심’ 30대 간호사 숨져

“피곤할 때마다 투약” 진술나와
국과수 “사망자 절반이 의료인”

30대 여성 간호사가 프로포폴 등 마약류로 취급되는 마취제를 투약하고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프로포폴은 내시경검사 등에 쓰는 수면 마취제로, 일정량 이상 투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수사당국의 부검 통계상 프로포폴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의료인이라는 점에서 의료인의 중독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8시쯤 노원구 중계동 한 오피스텔에서 A(여·39) 씨가 숨져 있는 것을 A 씨 어머니와 친구 B 씨가 발견했다. 열쇠수리공을 불러 당시 잠겨 있던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A 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손에서는 약물을 주입하는 데 쓴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 1개가 발견됐다. 프로포폴로 추정되는 흰색 액이 담긴 주사기들과 신경 약물이 담긴 상자, 소독용 알코올, 혈관용 고무줄 등도 주위에서 함께 발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1차 소견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간호사로 약 10년간 일했으며 지난해부터 노원구 공릉동의 한 병원 마취과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에 대해 “지난해부터 피곤할 때마다 스스로 주사로 약물을 투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일보 취재진은 프로포폴 등 마취제가 사라진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보건당국에 신고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A 씨가 근무하던 병원과 접촉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취급되기 때문에 A 씨가 사망한 후에야 도난 사실을 알았거나, 약품이 없어진 사실을 알면서 신고하지 않았다면 병원 측에도 관리 부실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과수가 2012년 발표한 ‘프로포폴 투여와 관련된 사망에 대한 법의학적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1년 국과수에서 부검한 프로포폴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의료인으로 밝혀졌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