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강경화·김상조’ 상징성 무게 두다 부실 검증

언론보도·전화로 검증 진행
靑, 뜻밖 의혹 돌출에 당혹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위장전입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들 인사의 ‘상징성’을 우선시한 나머지 치밀한 내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혼선과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가 강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확인돼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들 인사의 주요 검증 작업을 언론 보도와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 후보자는 검증 당시 제네바 출장 중인 이유로 남편인 이모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전화 통화에 의존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딸이 고교 진학을 위해 위장 전입한 아파트가 친척 집이라고 밝혔으나, 해당 고교 교장이 전세권을 가진 집으로 드러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두 차례 위장전입에 이어 1999년 목동 아파트 계약 당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아내가 무허가 학원을 운영하며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청와대 측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야권 관계자는 “두 후보자 모두 청와대가 사전에 전입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강 후보자의 경우 첫 여성 외교부 장관과 비외무고시 장관이라는 타이틀, 김 후보자의 경우 개혁의 적임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검증을 냉정하게 하지 못하고 인사 발표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청와대는 내부 인사 검증 시스템이 확고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정부가) 들어서서 안정된 시기의 인사 시스템 같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